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대리
 
   1976년 6월에 개최한 3인 전 어느 전시 팸플릿! (전주문화재단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자료였다.) 거의 반백년이 지난 자료이기에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하지 않았는데, 마감 며칠 전 감사하게도 76년 1회 전시 팸플릿과 함께 2회, 3회, 18회 까지 애타게 찾고 수소문한 자료를 받았다.
76년산 전시 팸플릿은 오래 됐지만 디지털로 변환해 사용해도 손색없을 정도였고, 관련된 다른 자료들도 잘 정리되고 소중히 간직되어 있었다. 시간에 묻혀 자연히 사라질 뻔한 자료는 보관자가 그야말로 잘 갈무리 해줌으로 다시금 후대에 의미 있는 자료로 나올 수 있었다. 이 팸플릿은 오래전 해당 전시회를 개최한 화백의 아드님께서 지금까지 자료를 잘 간직해 제공해 주신 것이다.
나는 전주를 연고로 활동한 원로·작고 예술인들의 예술사와 생애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전주 백인의 자화상’ 이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하는 이 사업은 문학, 시각, 국악, 공연, 영화, 대중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재조명하여 시민과 공유한다. 나아가, 전주 문화예술의 뿌리와 맥락을 이어가고 전주 문화예술 지형도 구축의 근간이 되는 주요 사업이다.
사업담당으로 원로·작고 예술인들에 대한 갖가지 자료를 접하고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말할 수 없는 생각에 둘러싸이게 될 때가 많다. 올해 이 사업을 처음 맡게 되었는데, 어떤 선생님께서 나에게 ‘원로·작고 예술인의 연구 자료를(전주 백인의 자화상 채록자료) 읽고 연구하는 건 예술가 평생의 예술 활동과 삶이 나에게 들어오는 멋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당시 나는 그 말의 깊이와 무게를 실감하지 못했다. ‘전주 백인의 자화상’은 매해 선정된 예술가를 연구해 채록문을 만드는데, 9년간 쌓여온 자료를 쭉 읽어보며 앞서 내가 들었던 말처럼, 실로 예술가의 한 생애와 예술세계가 나에게 들어오는 감동을 경험 하였다.
그동안 나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비교적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일했다. 나와 같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활동, 그들의 시각과 언어로 해석하고 창작한 예술을 시민에게 소개하는 사업을 주로 했다. 그래서 그들의 예술세계에 대해 궁금하면 바로 만나서 물어보고, 사업진행을 위한 논의가 필요 할 땐, 바로 찾아가 이야기하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전주 백인의 자화상’ 사업은 아카이브적인 성격도 있지만, 예술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예술사와 생애를 추적하기 위해 작고 예술가의 생전 작업했던 작업실을 방문하거나, 지인을 찾아가 자료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갈무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물건을 잘 정리하거나 모아서 보관한다는 뜻도 있지만, 일을 처리하여 끝맺음을 잘한다는 뜻도 있다.
원로·작고 예술인 기록 사업은 이미 한 시대를 지나간 예술가의 방대한 예술사와 생애를 재조명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수집된 자료를 채록이라는 어찌 보면 2차 가공을 통해 다시금 수면 밖으로 올리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자료의 힘이 필요한 작업이다. 후대에 전달될 전주의 자랑스러운 예술가의 생애와 기록이 소실되거나 오역되지 않게 제대로 된 ‘갈무리’가 필요하다.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대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