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40대 초반의 나이에 전주시의회에 진출해 재선에 성공한 A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30대·0선’의 한계를 딛고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된 이준석 신임 대표가 등에 백팩을 멘채 ‘따릉이’를 타고 국회에 첫 출근한 장면이 화제를 모았던 것처럼 A의원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지방 정치인이었다. 그가 불출마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능력과 자질, 정책 비전보다는 여전히 돈이 좌우하는 정치시스템 때문이다.
300만원 남짓한 시의원 월급으로는 생계는 물론 지역구 관리도 제대로 할 수 없는게 지방정치의 현실이다. 깜빡하고 지역구 주민의 애경사 챙기는 것을 빼먹으면 금새 “다음에 출마 안하는가 보다”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돈 안드는 지방정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체장 선거에 나서려는 후보는 수 만~수 천 장의 입당원서를 모아야 공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동원 선거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당원 모집과 관리에 드는 비용,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비용 등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젊은 입지자는 당내 경선을 감당할 수 없다. 공천이 당선으로 인식되는 일당 독주 정치구조의 폐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원금 1억5000만 원이 2200여 명의 소액 후원으로 이틀 만에 모금되고 그 중 3000만원을 선거 경비로 사용했을 정도로 돈 안드는 선거를 치른 이준석 대표의 행보가 한국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전북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준석 돌풍으로 ‘꼰대 정당’의 프레임을 걱정하는 민주당의 위기감이 크지만 전북은 안전지대다. 이준석 돌풍이 몰고 온 세대 교체와 정치 혁신도 전북에서는 ‘찻 잔 속 태풍’이다.
지방의회에 진출한 도내 젊은 정치인 대부분은 스스로의 능력보다 586세대 국회의원들의 발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자신을 키워준 국회의원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시작한 이들이 독자적으로 새로운 정치 변화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586세대와 결합된 젊은 정치인들이 같은 세력으로 움직이는 현실에서 세대 교체와 정치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기존 정당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모든 입지자가 공정하고 평등한 조건에서 당원과 주민들에게 자신의 정책과 비전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된다. 선거 공영제 처럼 정당이 자체적으로 당내 경선 공영제를 도입해 돈 선거를 강력히 제재하면 된다. 젊고 건강한 입지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의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 정치권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등 전북의 적극적인 정당 지지층을 50% 정도로 본다. 나머지 50%가 중도층인 셈이다. 과거 낡은 정치에 몸 담지 않았던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이 등장하면 전북 정치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게 기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준석 돌풍의 성공은 아직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이준석 돌풍이 구태 정치, 구태 정당 운영으로는 민심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온 것은 분명하다.
이준석 대표는 “지금 2030세대는 정치에서 효능감을 맛 본 상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본인들의 의지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들었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당 대표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준석 돌풍의 원인을 ‘우리의 행동이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식한 2030세대의 ‘정치 효능감’에서 찾았다.
‘우리가 나서면 할 수 있다’는 유권자들의 정치 효능감 인식이 젊고 건강한 전북 정치를 만들 수 있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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