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공관위원 불공정 논란
통일된 공천기준 마련하면 해소
대선패배 민주당 혁신공천 살길
 
   대선 패배후 구성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채이배 위원이 호남의 공천 혁신을 주장했다가 비대위원 사퇴 요구를 받는 등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달 16일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에서 “호남 국회의원들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당한 일이다. 민주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내 사람 심기, 줄 세우기를 그만두라고 얘기했다가 광주 광산을 지역구의 민형배 국회의원에게 반격을 당했다.
민 의원은 다음날 자신의 SNS에 “내용도 품위도 예의도 없는 신중하지 못한 내부 비판”이라고 공박하며 채 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내 사람 심기, 줄 세우기 공천을 그만두자는 주장에 대한 논리정연한 반박은 없었다. 그저 말을 함부로 했으니 비대위원을 사퇴하라는 것처럼 들리는 반격이었다. 공방이 더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방선거 공천이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건이다.
그동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공천이 아닌 사천’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탈락 후보들을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선거때 마다 물갈이 명분을 내세워 진행된 공천은 새인물과 혁신 등의 미사여구로 포장됐지만 선거가 끝난 뒤 지방정치의 혁신적 변화를 체감해보지 못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최근 민선 7기 중대 불량 정치인으로 지목한 19명 가운데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자가 15명에 이른다. 사법부의 유죄 판결이나 의회 차원의 처분이 내려진 사람들이다. 지방의원들의 자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선거때 마다 공천은 혁신됐는데 사람을 잘못 고른 것인지, 공천위원들을 잘못 선정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북도당의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됐다. 지역위원회마다 1명씩 위원을 추천하고 도당위원장 추천 몫까지 모두 18명으로 꾸려졌다. 공관위원에는 3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포함됐고, 나머지 7개 지역위원회 추천위원들도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측근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내 사람 심기와 줄 세우기 공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공천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익산에서는 벌써 공천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증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측근에 대한 지역위원장의 구제 시도가 있다며 익산참여연대가 비판 성명을 냈다. 해당 지역위원장은 스스로 공관위원이 되기 위해 자신이 추천한 공관위원의 교체를 요구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사실이라면 자기 사람 챙기기의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도내 한 국회의원은 새로운 인재 발굴을 자신의 공관위원 참여 이유로 들었다. 청년 및 여성, 정치신인 가점을 부여해도 인재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국회의원이 보유한 다양한 인적 인프라가 공천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새 인재 발굴은 제 사람 심기 논란으로 이어진다. 지방정치의 혁신이 필요하다면 공정하고 통일된 공천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정당 공천은 유권자를 대신해 후보자를 검증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과거 지방선거에서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천기준과 경선룰이 고무줄 잣대처럼 지역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시군의 경쟁 여건이 다르다면 시단위, 군단위별로 동일한 공정한 공천기준을 만들면 된다. 특정지역만의 공천기준이 왜 필요한가.
민주당 도당 공관위에는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측근 인사들 외에 외부위원들이 비슷한 숫자로 참여하고 있다. 첫 회의에서 부터 공천 혁신에 대한 외부위원들의 강도 높은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혁신 공천을 위한 국회의원들과 치열한 논쟁이 가능할지, 외부위원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을 살리는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공천이 그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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