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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있는 국회 풍경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5년 전쯤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화제를 모았다. 호주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녹색당 라리사 워터스 연방 상원 의원이 주인공. 자신의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등원해 회의 도중 당당하게(?) 젖을 먹인 그는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의회에 더 많은 여성과 부모들이 필요하며, 더 가족 친화적이고 유연한 근무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고 보니 워터스는 연방상원의원 회의장에서 모유 수유가 가능한 규정을 이끌어내는데 앞장섰던 장본인이었다.

다시 화제를 모은 사진이 있다. 뉴질랜드의 트레버 맬러드 국회의장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아기를 품에 안고 분유를 먹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상황은 동영상으로도 공개되었는데, 맬러드 의장이 아기를 안고 흔들면서 발언시간을 넘긴 동료의원을 제지하는 등 회의를 그대로 주재하는 광경은 새로웠다. 국회를 더 현대적이고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맬러드 의장은 취임 초기에도 아기와 함께 등원한 동료 의원의 아기를 안고 회의를 진행했었다.

지난 5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두 달이 채 안된 자신의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국회의사당에 나왔다. 출산 휴가를 마친 그의 첫 출근 풍경은 낯설지만 따뜻했다. 용의원은 이날 아기를 안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이 발의한 ‘아이동반법’이 통과돼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의원들도 출산 및 육아 의정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지원제도가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우리나라는 아기를 동반할 경우, 의사당 건물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회의장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다. 회의장에는 의원·국무총리 등 회의하는 데 필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게 한 국회법 때문이다. 예외로 국회의장이 허락한 사람의 경우엔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지만, 아기 동반이 이뤄진 예는 없다.

용 의원이 지난 5월, 동료의원 61명과 함께 발의한 ‘아이동반법’은 임기 중 출산하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 회의장에 출입할 때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를 동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육아 때문에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아이동반법’은 이전에도 발의된 적이 있지만 국회임기 종료로 폐기됐었다.

여성 의원들이 아이를 낳고도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아이 동반 뿐 아니라 모유 수유가 가능하도록 내용도 발전시킨다. 우리나라도 법 제정을 늦출 이유가 없다. 폭언과 폭력까지 난무하는 우리의 국회 회의장을 떠올려보면 더 그렇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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