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석 논설위원
“미국에 MM(마릴린 먼로)가 있고, 이탈리아에 CC(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BB(브리지트 바르도)가 있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를 풍미한 세계 3대 육체파 여배우들 가운데 브리지트 안마리 바르도(Brigitte Anne-Marie Bardot)는 공식적으로 처음 비키니를 입은 여배우다. 1934년생으로 올해 87세인 그녀는 22세 때인 1956년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에 출연해 관능미를 뽐내며 세계적인 배우로 떠올라 1960년대 세계 영화계를 달궜다.
39세 때인 1973년 영화계에서 은퇴한 바르도는 동물보호운동에 투신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은퇴 이후 동물애호가로의 삶이 더 부각된 여배우다. 바르도는 1980년대 부터 ‘개고기를 먹는 야만스러운 한국인’이라며 대한민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난했다. 바르도 때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개 식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보신탕집은 1983년 7월부터 서울 4대문 밖 뒷골목으로 밀려났고, 1984년 5월부터는 서울시내 전역에서 보신탕 판매가 금지됐다.
그러나 바르도의 개고기 문화 비난은 이후에도 계속돼 1995년 2월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신탕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항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바르도의 동물보호운동은 인종차별 논란을 부를 정도로 광신적이어서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그녀가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 변화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개 식용을 금지하는 입법 논의가 본격 시작됐고, 2018년 국내 3대 개고기 시장인 성남 모란시장이 사라진 데 이어 2019년 7월 부산 구포 개시장도 문을 닫았다. 초복인 지난 1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대구 칠성 개시장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구동물보호연대·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 전국 50여 개 단체가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에 개·고양이 식용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하는 한국세시풍속사전과 한국의식주생활사전에는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 등의 삼복 더위를 물리치는 복달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개장국, 삼계탕, 팥죽이 소개돼 있다. 개고기를 먹은 시기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개장국을 식용한 것은 조선 중기부터라고 한다. 개장국은 동의보감과 동국세시기는 물론 조선왕조실록과 목민심서 등에도 기록돼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르는 시대다. 시대적 관습과 가치관이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이라고 해서 계속 유지해야 하는 건 아니다. “복날 복달임으로 개고기를 먹고 왔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복달임 문화의 변화와 함께 개의 인생도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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