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5:2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자치경찰과 도의회의 파행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전북 자치경찰위원회와 전라북도의회가 업무 보고를 놓고 서로 입장이 맞서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경찰이나 도의회 모두 전북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임에도 도민의 권익보다는 기관의 입장에서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형규 전북 자치경찰위원장의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 보고를 놓고 불거졌다. 자치경찰의 전체적인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을 마친 이 위원장이 사무국장을 통해 세부적인 사업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승우 행정자치위원장이 위원장이 아닌 사무국장의 업무 보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이 “자치경찰위원회가 의회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산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고 거기에 대해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보고드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독립된 기구인 자치경찰로서 법적 근거가 없는 업무보고를 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도의회 행자위 위원들이 “도민과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행자위 위원들은 ‘도의회에서 요구하면 자치경찰 위원장은 출석·답변해야 한다’는 자치경찰 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업무보고를 하도록 한 도의회의 조례가 잘못됐다”고 들고 “지방자치법 어디에도 자치경찰 사무가 자치단체 사무라고 되어 있지 않다”고 재반박했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결국 이날 회의는 파행되고 말았다.

도의회에서 상위법 위반 여부로 충돌한 것은 앞서 지난 2014년에도 있었다. 도의회에서 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 조례를 제정하자 전북도가 상위법 위배와 행자부의 거부 지시를 내세워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의회가 재의결에 나서자 결국 대법원 제소로 이어졌고 3년여 만에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로 결론 났다. 이후 전북도와 도의회는 자체 협약을 통해 5대 출연기관장만 인사청문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구조로 탄생한 자치경찰제가 법적 제도적 근거가 미비됨에 따라 지자체별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5월 자치경찰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경남자치경찰위원회는 조직운영과 예산 편성·집행에 관해서만 도의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지방의회와 자치경찰의 불필요한 마찰과 논쟁을 종식하려면 관련 법규의 정비가 급선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순택 kwonst@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