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1:31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대기업 갑질 확인됐지만… 지역 업체 “말라 죽습니다”

완주 육가공업체 ㈜신화, 2012년 롯데마트와 납품 계약후 불공정 거래 당해
공정위, 과징금 408억여 원 부과…롯데마트 행정소송 제기 올 7월 기각 판결
업체 측 “기업도 고사하고 난 후 지원해봐야 소용 없어, 조속한 지원 필요”

매출액 600억 원, 종업원 수 140명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하던 도내 업체는 대기업의 갑질에 10년도 채 안 돼 반의반 토막이 났다. 최근 ESG 경영 등 대기업의 모범 사례도 늘어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갑질은 지속하고 있고 도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더욱이 대기업의 갑질이 실제 확인됐지만 피해를 입은 업체는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영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대기업과 계약이 ‘악몽’으로

완주 봉동에 자리 잡은 육가공업체 ㈜신화. 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종업원 수도 146명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2012년 대기업인 롯데쇼핑과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시작하면서 부풀었던 큰 꿈은 악몽으로 돌아왔다.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불공정 ‘갑질’이 도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롯데는 2012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돈육 판매가격 할인행사’ 등 판촉 활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신화 등 납품업체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을 강요했으며 행사가 끝난 뒤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삼겹살을 납품받으면서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일을 시켰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인건비 모두 납품업체에 부담시켰다. 또 PB상품 관련 자문 서비스 제공업체와 계약을 하면서 자문료도 납품업체에 부담하도록 했다. 롯데마트와 관련한 ㈜신화의 영업손실은 10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갑질을 견디다 못한 ㈜신화는 2015년 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고, 조정원에서는 롯데쇼핑의 불공정을 확인하고 48억 17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 판결을 내렸지만, 롯데 측이 거부하며 공정위에 자동 제소됐다.

 

최대 과징금에도 업체 고사 위기

공정위 과징금 부과에 이어 행정소송에서도 롯데마트의 갑질을 인정하고 기각했지만, 손해보전은 요원하다.

지난 7월 22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판사 이승주)는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2020누35716) 소송을 기각했다. 판촉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등 갑질을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 금액(408억23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롯데쇼핑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것. 앞서 2019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마트에 4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지난해 2월 27일 롯데마트는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기각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만, 과징금 전액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현행법에 따라 피해 업체에 돌아가는 금액은 없다. 대기업의 갑질이 확인됐지만 피해를 입은 업체는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영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더욱이 민사 소송을 통한 배상도 불투명하다. 실제 지난 2017년과 2020년 ㈜신화가 롯데쇼핑을 상대로 두 차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에서는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기약이 없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나 민사소송이 재개될 예정으로, 향후 시일이 얼마나 늦어질 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화는 지난 2012년 롯데쇼핑과 계약 체결 이후 해마다 수십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다 2016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때 600억 원이 넘었던 매출액은 180억 원으로 줄었고, 140명이 넘던 직원 수도 10명 남짓으로 줄었다.

 

구조적 한계 분명… 구제책 마련 시급

피해 업체에 돌아가지 못하는 과징금 문제 등 구조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피해 업체에는 기업 구제 ‘골든타임’을 위해서라도 구제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최근 5년간 거둔 과징금은 약 2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징수된 과징금은 피해를 입은 가맹사업자나 납품업자 등의 구제에 사용되지 않고 전액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배상을 위해 길게는 수년이 소요되는 민사소송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신속한 피해구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다수 피해자는 손해를 보전받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생계 곤란에 처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기대를 더하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불공정거래 등 피해자 지원기금법’은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징수한 과징금의 50%를 재원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등 피해자 지원기금’ 조성을 골자로 하는 법률이다. 통과될 경우 ㈜신화의 사례에서처럼 확실한 피해 사실이 증명될 경우 신속한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북도에서도 ‘갑질 예방 및 피해자 재개지원 조례’를 제정하면서 피해 기업의 조속한 지원이 가능할지 기대된다.

도 차원에서 도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횡포에 피해 보지 않도록 갑질 예방책을 세워 추진토록 하고, 피해자들에 대해선 경영안정자금 융자나 법률 지원 등을 통해 신속한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다.

다만, 이같은 법안과 조례가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조속한 지원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화 윤형철 대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해 기업 구제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면서 “피해업체를 회생시킬 구제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