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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재의 눈물

강인석 논설위원

전민재 선수
전민재 선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졌다는 전민재 선수(44·전북장애인체육회)가 미소 대신 눈물을 흘렸다. 지난 29일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육상 여자 200m T36(뇌병변) 결선에서 4위로 경기를 마친 뒤다. 트랙에 앉아 고개를 떨군 그는 퇴장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쳤다. 행복의 질주, 투혼의 질주로 감동을 선사해 온 그가 기쁨과 감격이 아닌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것은 흔치 않다.

전민재는 이날 31초17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4년전 브라질 리우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안긴 최고 기록(31초06)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40대 중반의 나이에 세운 자신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이다. 그는 도쿄 패럴림픽 참가전 인터뷰에서 “메달 따면 엄마 목에 메달 걸어드리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고생 많으셨다고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장애를 가진 자신을 40년 가까이 돌봐온 엄마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을 지 모른다.

1977년 진안에서 태어난 전민재는 다섯 살때 뇌염을 앓은 뒤 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았다. “스무 살까지만 살겠다”고 어머니를 아프게 할 정도로 힘든 사춘기를 보냈지만 25세의 늦은 나이에 초등학교를 마치고 26세 때인 2003년 특수학교에서 육상을 접하면서 삶이 달라졌다. 그해 열린 장애인 전국체전에 처음 출전해 149㎝의 작은 키와 선수로서는 늦은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고 육상 100m와 200m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2004년부터는 15년 연속 전국장애인체전 3관왕(100·200·400m)의 대기록, 2회 연속 장애인아시안게임 2관왕과 2회 연속 장애인올림픽 200m 은메달 기록을 세워왔다.

상반신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전민재는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딸 때마다 발로 쓴 편지로 소감을 전해왔다. 2016년 리우 대회때는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해 주변에서 ‘넌 못할 거야, 넌 메달을 딸 수 없어’라고 비아냥거리며 제 꿈을 짓밟는 말들로 상처를 줄 때면 혼자 눈물을 삼키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해 전 국민을 감동시켰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도쿄 패럴림픽에서 200m 3회 연속 메달의 새 역사를 쓰지는 못했지만 그가 20년 가까이 트랙에서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 모두의 가슴에 남아 있다.

전민재는 9월 1일 여자 100m(T36) 예선에 출전해 다시 한 번 패럴림픽 3회 연속 메달 기록에 도전한다. ‘달릴 때 만큼은 아무 잡념 없이 달릴 수 있어 좋다’는 그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어머니 한재영 씨의 격려가 전민재 스스로 편지 끝 부분에 적어온 ‘웃는 미소가 예쁜 전민재’를 다시 볼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민재야 100미터 더 힘내서 해보자 민재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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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석 kangi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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