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논설위원
 
   완주 봉동에서 육가공업을 하는 ㈜신화는 7년째 골리앗과 싸움을 하고 있다. 소송을 통한 시간 끌기 전략으로 납품업체나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업체 같으면 감히 대기업의 갑질 횡포에 맞선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겠지만 이 회사의 대표는 “대기업의 갑질을 이겨내는 선례를 남기겠다”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홀로 가고 있다.
㈜신화는 한때 지역에서 주목받는 육가공업체였다. 연간 매출액 600억 원에 종업원 수도 140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롯데쇼핑과의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이 꼬였다. 유통 대기업과의 납품계약을 통해 회사의 대도약을 꿈꿨지만 현실을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롯데 측은 할인행사 등 판촉 활동을 명목으로 3년 4개월 동안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을 강요하는가 하면 판촉 행사 이후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또한 ㈜신화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일을 시키면서 인건비를 모두 업체에 부담시키고 PB상품 관련 자문료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이로 인한 ㈜신화의 영업 손실액은 109억 원에 달했다.
갑질 횡포를 견디지 못한 ㈜신화는 지난 2015년 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공정거래조정원에서는 롯데쇼핑의 불공정을 확인하고 48억여 원을 ㈜신화에 지급하라는 조정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롯데 측에서 이를 거부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동 제소됐고 공정위는 사상 최대 과징금액인 408억여 원을 롯데쇼핑에 부과했다. 롯데 측은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냈지만 지난 7월 서울고법에서 기각당했다.
문제는 절대 갑과의 싸움에서 ㈜신화가 이겼지만 피해구제는 더디기만 하다. ㈜신화는 지난 2017년과 2020년 롯데쇼핑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지만 행정소송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재판부의 결정에 기약없이 지연됐다. 그 사이 ㈜신화는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당하고 느닷없는 세무조사와 식약처 단속이 이어지고 믿었던 직원들이 등을 돌려 대기업 편에 서는 등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특히 매출은 70%나 격감하면서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다행히 기독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롯데쇼핑의 갑질 횡포에 함께 대응해주고 있다. 전주 출신 국회 이수진 의원도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징수한 과징금의 50%를 피해자 지원기금으로 조성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렇지만 갑질 당사자인 롯데쇼핑은 피해구제에도 갑질행태를 보인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정 절차에서 양측의 금액 차이가 커 결렬됐고 다시 기약없는 재판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고의적인 갑질 횡포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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