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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육상 부활의 꿈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그 순간 모두가 승자였다. 순위를 가리는 대회인데도 선수들 표정은 경쟁은커녕 긴장감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직 자신과의 싸움 뿐이다. 금방 쓰러질 것 같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과의 바통터치를 기다리는 팀 동료를 향해 뛰고 달렸다.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의 묵직함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투혼의 레이스였다.

한계에 도전하며 늘 혼자 온 몸으로 극복해야만 하는 인간의 원초적 경기가 바로 마라톤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억대 연봉을 거머쥐는 프로 스포츠에 비해 인기와 관심은 덜하지만 인간 승리의 감동 만큼은 프로 뺨친다. 한계를 뛰어 넘는 초인적 정신력만이 이뤄낼 수 있는 불꽃같은 의지 때문이다. 끓어오르는 고통을 견뎌 내야만 마침내 골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테이프를 끊는 순간 그들의 모습은 자못 숙연하기까지 한다. 감독 선수는 물론 현장의 대회 관계자까지 모두가 울컥하는 순간이다.

지난 5일과 6일 전주 익산 군산과 순창 임실 일원에서 펼쳐진 제33회 전북 역전 마라톤의 현장 스케치다. 그렇지만 선수와 함께 코스를 동행하며 가까이서 지켜 본 이런 감동 드라마 뒤엔 또 다른 아픔과 좌절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육상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얼마 전부터 선수단 구성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출전을 둘러싼 난상토론도 이런 현실을 웅변해준다. 동호인 참가를 유도하기 위한 주말 대회와 학생 경기구간 확대 등 발전적 대안 제시도 같은 맥락이다.

전북은 육상의 메카로 명성을 얻은 지 오래다. 지난 달 끝난 전국체전에서도 전북체고 문해진 군이 육상 100m와 200m를 석권해 전북의 자존심을 한껏 드높였다. 지난 2019년 전국체전 마라톤에서도 군산시청 도현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 남원 출신 형재영 선수 이후 24년 만에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 중장거리 스타였던 오미자 선수도 남편과 함께 지도자로 변신, 해마다 역전 마라톤 대회에서 후배 지도에 힘쓰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육상은 모든 종목의 기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달리기 좀 한다 싶으면 운동부에 차출되기 일쑤였다. 탁월한 운동 신경의 가늠자로 달리기를 첫 손에 꼽은 것이다. 그만큼 육상은 타 종목보다 항상 대접을 받아왔다. 올림픽 메달도 가장 많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종목도 마라톤이란 점에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초 중 고 육상부 활성화를 강조한 대목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교육감배 육상은 최근 10년간 김승환 교육감이 불참하는 바람에 대회가 유명무실해졌다. 오히려 시군 교육장배 보다도 참가 선수가 적다고 쓴소리다. 성적 때문에 지도자 또한 특정 종목·선수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 대국적 견지에서 전북 육상의 미래를 생각할 때다. 학교 운동장 꿈나무들이 대학을 거쳐 실업팀에서도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게 지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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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kyg@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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