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논설위원
지난 9일 익산시 부송동 실내체육관 앞 주차장에 요소수를 사려는 시민 300여 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요소수 구매 대란에 익산시가 지역에서 요소수를 생산하는 아톤산업과 함께 익산시민에게만 요소수를 판매하면서 진풍경을 연출했다. 1인당 10ℓ씩 제한 판매를 했지만 공급 물량 부족으로 200여 명만 샀을뿐 나머지 100여 명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요소수 부족 사태는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물차나 건설중장비 대형버스 승용차 등 물류운송은 물론 산업 전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철강·시멘트·골재 등 건설 자재 공급난으로 건설분야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건축비가 크게 오르고 있다. 유통·택배업계도 차량의 발길이 묶이면서 유통대란이 우려되고 단풍철에 관광버스업계도 전전긍긍이다. 쓰레기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데 요소수 공급이 필수적인 소각장도 요소수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요소비료를 꼭 사용해야 하는 농업에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가을에 파종한 보리의 경우 요소비료 시용을 안 하면 수확량이 60%대로 낮아져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농민들 사이에선 비료 가수요 현상도 나타난다. 일부 농협 창고에는 농사를 위해 확보해놓은 요소비료가 바닥난 상태다. 요소비료 품귀로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비료 구입난과 가격 급등은 농작물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다시 농산물값 급등으로 전가돼 밥상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번 요소수 대란은 우리나라 수입 물량을 거의 독점 공급하는 중국이 자국의 전력난과 탄소 배출 규제로 주요 원자재 생산량을 줄이면서 촉발됐다. 문제는 요소수뿐만 아니라 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마그네슘 실리콘 알루미늄 등 다른 원자재가격도 급등하면서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우려된다.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실리콘의 국제 거래가격은 지난 두 달 새 3~4배 가까이 급등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산업 소재 중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무려 4000개 품목에 달한다. 이 중 중국이 1850개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 503개, 일본 438개 순이다. 우리와 이해관계가 밀접한 중국과 일본 등의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필수 소재인 불화수소 수출을 막으면서 우리가 초비상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젠 산업 소재 전쟁시대를 맞아 산업 생태계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안전한 공급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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