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논설위원
3선 가도에 특별한 걸림돌이 없었던 박성일 완주군수가 지난 16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 군수로서 지난 8년 가까이 무리 없이 군정을 잘 이끌었고 무엇보다 지역 성장의 동력을 탄탄히 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박 군수의 불출마 결정은 지방 정가와 군청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가족과 핵심 측근 사이에선 올해 초부터 불출마 쪽에 무게 중심이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8년 재임 동안 지역 성장과 군정 발전에 성과를 냈던 만큼 이젠 모두 내려놓고 삶의 여유를 찾고 건강을 챙기기를 바랐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선거를 도왔던 일부 측근은 3선 출마를 강력히 권유하면서 결단의 시간이 길어졌고 지난 여름에 결심을 굳힌 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박성일 군수의 완주군수 출마는 정치적으로는 하향 지원에 가깝다. 제23회 행정고시 패스후 전북도 문화체육과장 국제협력관 정읍부시장 경제통상실장 자치행정국장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행정안전부 감사관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그리고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는 등 정통 행정관료로서 잔뼈가 굵었다. 현 송하진 지사나 전임 김완주 지사가 도청 기획관리실장을 끝으로 전주시장과 도지사로 선출직 단체장에 나섰던 터라 기획관리실장보다 한 직급 위인 행정부지사를 지낸 박 군수도 이러한 정치적 행보가 예견됐다. 그렇지만 박 군수는 전주시장 출마 대신에 고향인 완주를 선택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완주군수에 출사표를 내건 박 군수는 선거 초반 열세를 면치 못했다. 지역정서가 승패를 좌우했기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그러나 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인물론이 먹히기 시작했고 선거 막판에는 분위기가 급반전되기에 이르렀다. 개표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189표, 0.4%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는 극적인 이변을 연출했다.
군수 취임 후에는 풍부한 행정 경험과 포용력 있는 리더십으로 안정적인 군정 운영을 통해 지역의 미래비전을 튼실히 세워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완주의 미래 성장동력인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테크노밸리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 호남 유일의 문화도시 지정, 삼봉웰링시티와 운곡지구 복합행정타운 등 자족도시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지난 7월 초 김승수 전주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박성일 군수도 3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새바람이 예고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지방 소멸 위기를 맞아 새로운 리더십과 새로운 변화가 요구된다. 노자의 도덕경에 공수신퇴천지도(功遂身退天之道), “공을 이루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들이 박수 칠 때 떠나야 뒷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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