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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진객 황새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는 원래 우리나라에서도 서식하는 텃새였다. 1950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면서 많은 개체수가 번식했고 겨울에는 일부가 북쪽에서 내려와 월동하는 겨울 철새이기도 했다.

하지만 6.25 전쟁을 겪고 화목용으로 산림을 난벌하면서 서식지가 파괴된 데다 사냥 등 남획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황새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황새 부부 한쌍이 발견되어 당시 언론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접한 사냥꾼이 황새 서식지를 찾아 수컷을 총으로 쏴 잡았다. 이 사냥꾼은 나중에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살아남은 암컷 황새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보호받다가 1994년에 죽었다. 이후 국내에서 황새 번식은 끊기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텃새 황새가 사라진 이후 겨울철 철새 황새가 간간히 찾아왔다. 지난 2002년 1월 초 익산 망성면 고산마을 어량교 일대에 황새 12마리가 떼 지어 날아왔다. 수많은 탐조객과 사진 작가들로 북새통을 이루자 면사무소 직원과 마을주민들은 들판에 밧줄을 치고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하는 한편 먹이를 주고 서식지 주변 환경을 조성 하는 등 황새 보호에 만전을 기했다. 문화재청에선 이러한 마을주민의 노고에 포상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고창 갈곡천에서도 황새 6마리가 월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갈곡천과 인천강 일대에 대한 생태조사에 착수했고 멸종위기종인 황새와 검은목두루미를 비롯해 630여 종에 달하는 서식 동물을 확인했다. 이후 이곳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지난달에는 고창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인 고창지역에는 해마다 10여 마리의 황새가 찾아온다. 지난 1월에는 황새 60여 마리가 떼로 몰려와 큰 화제가 됐다. 이에 고창군에선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아산과 부안 해리면에 황새 둥지탑 3곳을 설치했다.

며칠 전에는 익산 만경강 중류 지역에서 황새 한 마리가 포착됐다. 지난해 11월 황새 3마리가 발견된 데 이어 올해 다시 황새가 만경강에 찾아왔다. 축산 폐수 등으로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만경강이 생태습지 조성과 환경 보전 노력으로 자연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서식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겨울철 진객인 황새가 우리 지역에서 서식하면서 자연 번식하고 텃새로 정착하게 되면 세계적인 생태학습장과 조류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황새와 함께 더불어사는 자연 생태 환경이 하루빨리 복원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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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st@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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