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출범 전부터 파열음을 내던 국민의힘이 이준석 당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 사이에 감정의 골만 드러낸 채 파국 양상을 맞고 있다. 그동안 선대위 구성과 외부 인사 영입 등을 놓고 양측이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지만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아래 가까스로 분란을 추스르고 매머드 선대위를 띄웠으나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의 모든 직함을 내려놓으면서 결국 수레의 한 축이 이탈하고 말았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단초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핵심관계자)의 득세에 있다. 이 대표가 전격 사퇴를 결행한 것도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의 언행에서 촉발됐다. 중앙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논란에 대한 당 대응과 관련해 이준석 대표와 설전을 벌이면서 조 단장이 “나는 후보 지시만 받는다”라며 발언한 게 화근이 됐다. 이에 격노한 이 대표가 책상을 치며 퇴장했다. 중앙선대위 공동상임위원장이자 공보단장이 속한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인 이 대표를 개무시한 듯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조 단장은 ‘이준석 황당한 이유로 난동! 정신건강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사퇴시켜야!’라는 제목의 유튜브 방송 링크를 일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내 이 대표의 행태를 조롱하는 듯한 의도를 엿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윤 후보 최측근으로 통하는 장제원 의원은 한술 더 떠 “당 대표와 공보단장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며 “당 대표의 옹졸한 자기 정치”, “공보단장이란 분은 어디서 함부로 후보 뜻을 팔고 다니냐”며 양측을 싸잡아 맹비난했다.
이처럼 당 대표를 무시하고 치받고 흔드는 상황에서 정작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윤 후보가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언급한 게 이 대표를 더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울산 회동에서 폭탄주 만찬을 하면서 화합을 다졌던 이 대표와 윤 후보는 불과 보름 남짓 만에 다시 등을 돌리고 말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른바 ‘윤핵관’ 세력이 후보의 뜻을 내세워 선대위를 산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불만이 비등하다. 이것이 진짜 후보의 뜻이어도 문제이고 아니어도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준석 대표도 선대위 직책 사퇴 기자회견에서 직접 ‘윤핵관’을 거론하며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란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내홍은 최근 비등한 정권교체 여론을 타고 더 첨예해지는 측면이 있다.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서로 충성 경쟁과 함께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한 탓이다. 하지만 측근이나 비선이 득세하고 내부 균열을 자초하게 되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비선 실세나 최측근, 아들 때문에 망가진 전직 대통령이 한 둘이 아니란 사실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직시해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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