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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언제까지 과거에 갇혀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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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기 전 전주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에 사는 친구가 얼마 전에 모처럼 고향 전주를 찾았다. 그는 고교 졸업 이후 서울로 올라가 사업을 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40년 가까이 고향을 등졌다. 전주의 관문인 호남제일문에 들어선 그는 두 번 깜짝 놀랐다고 한다. 첫 번째는 오래 된 흑백필름을 보는 것처럼 개발이 덜된  전주 외곽과 구도심의 슬픈 모습에 놀랐고, 이런 현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주변인들에 다시 놀랐다고 한다. 그의 입에서 나온 “고향사람들이 아직도 먼지가 쌓인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는 말은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에 다른 지역의 도시는 상전벽해를 이루는데 전주만은 유독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필자만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여년 전과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변한게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나가고 있고 유동인구가 없으니 경제적 활력도 없는 도시로 변해버렸다. 전주가 어쩌다 이렇게 멈춰있는 도시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반드시 변화와 혁신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지와 보존이 결코 나쁜 것도 아니다. 변화는 과거를 딛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도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친구도 변화에 둔감한 고향의 이런 점을 지적했을 것이다.

변화 이이기를 하다보니 오래 전의 일이 떠오른다. 전주 한옥마을을 한옥지구로 묶었을 때, 주민들은 엄청난 저항과 민원으로 전주시를 압박했다. 한옥지구로 옥죄면 재산가치가 떨어져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거센 반발이 가을날 들불처럼 번졌다. 주민들의 당시 주장도 일면 맞지만, 지금 결과론적으로 되돌아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말’이 된다. 당시 주민들의 우려와 정반대로, 전주 한옥마을은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확실하게 성공했다. 연간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어 전주 상권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지도까지 완전히 뒤바꾼 진원지가 됐으니 말이다. 만약 그때의 반발에 밀려 가만히 앉아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세계인을 감동시킨 한옥마을의 신화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1992년 전주 서부신시가지의 개발계획을 수립할 당시의 일이다. 신시가지의 중심인 대한방직 부지가 제척되었는데, 그 이유는 회사의 반대도 있었지만 전주시 역시 지역의 일자리를 없애면 안 된다는 논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당시 사업성 분석을 할 때, 대한방직 부지를 포함해 개발할 경우 휴폐업 보상은 물론이고 감보율을 적용해 전체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판단이 서 최초 개발계획 밑그림부터 제척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해 특혜성 논란 등 말들이 회자하고 있다. 그래도 민간업체가 이 땅을 사들여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주시민들은 예의주시하는 것 같다.

변화는 위험을 동반할 수 있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 변화를 거부하는 지역은 오히려 후퇴를 자초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래로 가려면 과거에 매달려서는 곤란한 것과 똑같다. 민간회사의 제안 역시 타워와 컨벤션센터, 호텔, 대형 쇼핑몰, 주거시설 등 복합시설을 대한방직 부지에 들여놓자는 것이다. 그럴 듯한 컨벤션센터 하나 없어 국제회의는 꿈도 꾸지 못하는 전주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해가 간다. 주변의 교통 혼잡과 시내 상권 초토화 등 우려의 목소리 또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역으로 상권이 더 활성화되고 소상공인도 직간접적 피해보다 경제적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까? 

필자는 경제학자도 개발전문가도 아니다. 40여 년을 일선 행정업무를 맡았던 사람으로, 어느 것이 지역발전과 시민의 자존을 높여주고 어떤 것이 먹고 살 길인지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노예가 되면 현재의 변화를 추구할 수 없고, 변화에 뒤따라오는 기회도 잡을 수 없다. 주변이 흥해야 나도 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어제에 갇혀 내일의 희망을 놓쳐서도 안 된다. 뭔가 해야 한다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미래로 나가는 방법을 물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전)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백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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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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