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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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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3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뒤 시중에서 화제를 모은 것은 안철수의 ‘손가락 발언’이었다. 지난달 23일 울산의 전통시장 유세에서 윤 후보를 무능한 후보라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안 대표는 당시 유세에서 “전문가들 중에서 제대로 아는 전문가를 뽑을 머리가 없는 대통령은 엉터리 전문가를 뽑아서 나라를 망가뜨린다”고 윤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어 “상대방을 떨어트리기 위해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후보를 뽑아서 그 사람이 당선되면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또 그럴 거다”라며 윤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었다.

그랬던 안 대표는 열흘도 안돼 “국민이 키운 윤석열과 지난 10년간 국민과 함께 달려온 안철수가 국민의 뜻에 따라 힘을 합쳤다”며 대선판에서 스스로 철수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와 2012년 대선 등 지난 11년 정치 인생에서 여러 차례 퇴장과 등장을 반복해 오면서 그의 닉네임이 된 ‘철수 정치’를 다시 보여줬다.

안 대표는 그동안 ‘새정치’와 ‘기득권 양당체제 종식’, ‘다당제’ 등 정치 개혁을 외쳐왔다. 윤 후보와 나란히 단일화 기자회견을 가진 뒤에도 “다당제는 여전히 본인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눈 앞으로 다가온 제1야당과의 합당이 다당제를 향한 길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20대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정치 교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정권 교체 구호가 격돌하고 있다. 정치 개혁과 정권 교체를 함께 외쳐오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스스로 밝혀온 새정치와 다당제의 정치 개혁 대신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것이라던 후보의 손을 맞잡았다.

정치판에서는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격언처럼 쓰인다. 정치적 상황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여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안철수의 손가락 발언은 단일화의 사망 선고처럼 보였지만 열흘도 안돼 단일화는 생물이 됐다. 그러나 유권자의 표심은 정치공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선 결과가 또다시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소환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진행된 20대 대선 사전 투표율은 2014년 사전 투표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36.93%를 기록했다. 전북은 48.63%의 사전 투표율로 전남(51.45%)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유권자 10명 중 4명이 투표에 참여한 높은 사전 투표율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역풍’과 ‘정권 교체 열망’이라는 제각각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 교체와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3월 9일 본 선거에서 확인된다. 선거가 끝난 뒤 투표하지 않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소중한 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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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단일화 #손가락 #투표 #대선
강인석 kangi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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