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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은 찾아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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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군산대 자문교수

 

겨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게 역할을 다하고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3중순경 강원도에선 때 아닌 폭설이 내려 향로봉의 누적 적설량이 80㎝나 되었다. 3월의 마지막 주를 맞이했지만 아직도 따스한 봄이 오려면 시침(時針)은 상당한 시간을 끙끙대며 앓아야 할 것 같다. 

자연의 섭리에 대항하면서 애처롭게 내미는 새싹들을 호되게 때리는 바람을 꽃샘추위 또는 잎샘추위라 한다. 이처럼 인간들도 이웃이나 옆 사람들을 시기 질투하는 얄밉도록 인간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늘 우리들 옆에 존재한다. 겨울의 마지막 달 음력 2월을 ‘시샘 달’이라 하는데, 꽃잎이 돋아나는 것을 시샘하는 일컬어 꽃샘추위는 계절의 오작교를 의미한다. 

꽃샘추위의 이름표는 어쩌면 우리민족이 지닌 시샘과 질투의 정서를 의인화해서 나타낸 감정표현이 아닐까한다.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이 흘러가듯, 가냘픈 초승달이 상현달을 거쳐 보름달로 가득 찼다가 점차 이지러져 그믐달로 스러져가는 과정이 달(月)의 일생이라면, 인간도 생노병사의 순서를 엮어가는 것처럼 주위의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우리들 곁에서 멀어져 가리라. 자연의 섭리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한계가 아닌가한다.  

살다보면 조그마한 가시가 몸에 박혔을 때 상당한 고통을 느낄 만 큼 아플 수 있듯이, 뇌가 없는 것 같은 어휘와 생트집 같은 언행, 염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교활하고 무자비한 사람들의 거짓언행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지겹도록 보고 들으면서도 모른 체하며 살아간다. 왜 이런 저급한 이야기들 곁에서 참고 살아야하는 걸까. 말을 잘한다는 것은 사실을 전달하는 기능과 상대에게 감동을 주면서 운율의 아름다음을 지니고 서정을 지닌 혀의 놀림이 부드러워야한다. 어둡고 우울하고 음침한 주위의 사회 환경이 우리들을 슬프게 하는 현실이다. 

러시아의 푸틴은 옛 소련 연방국이었던 우크라이나를 힘으로 침략해서 연약한 민간인들을 무참히 살상하고 있는데 이게 비로 가난과 약자의 설움이다. 유엔통계에 의하면 부자나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3분의1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마실 물과 굶주린 배를 채워줄 음식이 없어 수많은 어린애들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 현상이 21세기 지구촌의 현주소다. 그런가하면 153만 원짜리 개 밥그릇이 없어서 못 팔고, 113만 원짜리 몽클레르 어린이 패딩이 불티나게 팔리는 우리나라의 부자동네 풍경이란다. 

20대 대통령선거는 0.73%의 박빙의 표차로 희비가 엇갈려 호남인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후회와 추억은 세월에 묻혀가면서도 새록새록 다시 되살아나는 게 일상이다. 세상이 아무리 치사하고 혼란스러워도 지구는 변함없이 돌고 있기에 동장군을 밀어낸 따스한 봄기운은 우리들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람의 눈썹을 닮은 것 같은 가냘픈 초승달, 초저녁에 마실 나온 이웃집 아줌마의 하소연을 귀담아들어주는 예쁜 초승달처럼 순박한 감정으로 살아보는 것도 그럴듯하지 않을까 한다. 

여성들은 봄이면 기운이 솟고, 마음이 설렌다는데, 여성의 계절이라 부르는 봄을 맞이하면 향기를 품은 꽃들은 멀지 않아 꽃샘추위를 견뎌내면서 우리들 곁에서 예쁜 모습으로 피어나리라.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이다. 삶을 꿈틀거리게 하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치사할지라도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야하듯 꽃샘추위가 제아무리 매섭다 해도 봄은 다시 섭리대로 찾아들 것이다.  

 /김형중 군산대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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