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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소통과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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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새벽기도를 다녀오신 어머니 손에 이끌려 동네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에는 환하게 불이 켜있고 추운 날씨에도 동네 어르신들은 벌써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웃 동네 분들도 곳곳에서 모이고 서로 간밤의 안부를 물으며 어머니와 차례를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고 6시가 되자 학교 강당의 문이 열리고 투표가 시작되었다. 안내하는 분이나 감독관도 다 동네 분들이라 여기저기 서로 인사 나누고 난로 주전자에 있는 커피믹스 한잔 받아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이른 아침 몇 시간만 지나고 가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투표할 수 있는데도 새벽부터 너무 분주했고 피곤했던 그리고 설레고 긴장되었던 내가 막 성인이 되었을 때 처음 투표하는 날의 기억이다.

선거철이 되면 대선이건 총선이건 항상 나오는 공약 중에 지역 균형 발전이 빠지지 않는다. 진보나 보수정당 모두 균형발전 정책을 오래도록 추진해왔는데, 갈수록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 특화산업 육성을 지향하고 있지만 지역의 혁신과는 연결이 부족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두루뭉술해진다. 지방정치는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며 또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으며 어떻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보편적인 의견을 추론해 봐야 한다. 그나마 중앙정부가 지역을 위해 추진해온 정책과 사업에는 현장성이 부족하다. 우리는 모두 현장에서 답을 찾고 현장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지 못하고 산업 중심, 중앙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에 익숙해 있다. 지역의 역량과 자산은 지역에 있는 산업체, 대학, 출연연구기관, 공공기관, 각종 단체, 지역의 인프라와 자원, 문화와 역사 이 모든 것의 총합이다. 균형발전 정책의 실제 적용 대상이 되는 지방의 관련 주체인 지자체, 지역주민 등의 참여와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수도권 집중으로 이익을 축적해 온 기득권 세력이 쥐고 있는 중앙에서 만든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지금까지 중앙의 간섭이나 신 중앙집권이 논의되는 것을 보면 완전한 지방자치의 실천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지만 법과 제도의 완전한 정비와 그 실천을 중앙정부에 꾸준히 요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단순한 일보다는 많은 사람의 지혜가 모일 때 제일 나은 선택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진다. 소통의 방향과 마음의 움직임을 생각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진 리더의 정책은 구성원의 만족을 끌어낼 수 있고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는 필수적인 요소이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각종 현안을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해결하고 따뜻하고 진솔한 지도력을 보여준다면 리더는 권력이 아닌 서로 존중해주는 대상이 될 것이다. 모든 정책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함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고향, 일자리, 학교, 아이들을 위해 쉼 없이 앞으로 나가야 한다.

놀이터에서 시소를 타는 아이들은 상대 친구와 무게를 맞추기 위해 앞뒤로 옮겨가며 앉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자기 가방이라도 올려서 균형을 잡는다. 호남의 절반인 우리 지역이 가진 자산을 기반으로 다시 한번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도민 모두가 스스로 우리 지역을 가꾸어 나가는 정성으로 서로 소통하며 조금은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이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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