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9:4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 아침을 여는 시
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허물의 온기 - 윤명규

언제부터일까

뒤꿈치 터진 양말 한 켤레

함부로 걸려있네

 

고단한 발품으로 찢긴 상처

후우욱

구멍으로 빠져나온 한숨이

가슴속을 파고드네

 

어느새 흰머리가 돋고

복숭아뼈 그 자리에

새겨진 꽃잎 두 쌍

거친 들길 걷다 걷다

보풀로 물집이 맺혀있네

 

가늘게 떨고 있는 울타리 코끝

구멍 난 양말 한 켤레

아내의 고단한 하루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네

 

△고단한 하루가 키워내는 것들이 있다. 구멍 난 양말이 돋아주는 것들이 있다. 가진 것 없어도 기백만큼은 짱짱한 젊은 아버지들과 나이는 들었어도 사랑은 아직도 낡지 않은 부모님들과 풋과일처럼 상큼하나 아직은 덜 성숙한 아이들을 저 구멍 난 양말이 키웠다. 정작 본인은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한 번도 위태롭지 않았던 것처럼 태연하게 웃어주는 아내가 키웠다. 해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김제김영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물의 온기 #윤명규 #김제김영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