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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장 알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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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권력 교체기 ‘알박기’ 인사 관행은 꽤 됐다. 현실적으로 인사권자와 산하기관장 임기가 같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대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마지못해 사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끝내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면 직무비리 고발이나 감사를 통해 거센 압박을 가하기 일쑤다. 블랙리스트 수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신구 권력 충돌과 맞물려 승자독식 게임의 민낯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다. 

과거엔 임명권자가 바뀌면 으레 사표를 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기 보장 추세가 사회적 공감을 얻으며 탄력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10년 주기 여야 정권교체가 5년 만에 이뤄지다 보니 유독 이 문제로 시끄럽다. 정치 철학을 공유하지 못하고 진영 논리도 다른데 왜 버티냐고 일갈한다. 이들에 의해 전 정권 사람이란 프레임이 씌워져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를 둘러싼 후유증은 심각하다. 관련 기관 직원의 사기 저하뿐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 수행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이런 점 때문에 대구시는 조례를 통해 인사권자와 기관장 임기를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북에서도 자치단체장이 바뀐 곳은 이와 관련해 설왕설래만 무성해 기관장들은 좌불안석이다. 도청 산하기관 5곳이 올해 기관장 임기가 끝나 김관영호 인선 방향에 이목이 쏠려 있다. 송하진호 1기는 선거 캠프 인사와 측근들이 다수 포함돼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더욱이 송 지사 최측근의 임기 쪼개기 3번 연임은 꼼수 논란과 함께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2기 때는 경영 능력에 따른 인선 원칙을 천명하자 오히려 선거 캠프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반면 전주시는 산하기관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 캠프 출신과 측근을 주로 기용하면서 업무 비리로 인해 기관장이 구속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근에도 기관장 선임과 관련 불필요한 오해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연임에 대한 적정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7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시장이 정해진 상황에서 지방선거 다음날 그의 연임이 결정됐다. 물론 절차상 하자는 없지만 우범기 당선자 측과 사전 조율이 없었기에 ‘알박기’ 논란이 일었다. 작년 10월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임명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시장이 본청에 근무하는 ‘어공’ 측근을 임기 3년의 자리로 보내기 위해 자격 조건 규정까지 바꿨다. 이렇게 임명된 이사장의 인사 남용 문제까지 터지자 여론은 떠들썩했다. 

임기가 명백하게 규정돼 있는데도 끊임없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될 뿐 아니라 전문적이고 특성화된 산하기관의 위상을 감안할 때 자기 사람만 앉히려는 임명권자의 현실 인식이 문제다. 마치 전리품인 양 보은 인사 창구로 여기며 능력 없는 인물까지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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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 인사 #산하기관장
김영곤 kyg@jj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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