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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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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팽나무가 화제다. 자폐인 변호사의 활약(?)을 그린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소덕동 팽나무덕분이다. ‘소덕동 팽나무는 경남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에 있는 팽나무가 실체다.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2015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관심이 집중되자 문화재청은 이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가치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터다.

드라마 속 팽나무는 마을을 지켜온 노거수, 마을 사람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이른바 당산나무. 마을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굳건히 서 있는 우람한 이 팽나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만큼 아름답다.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보다는 못하지만 500년은 족히 사는 장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수명이 길기도 하지만 그 특성이 더 흥미롭다. 팽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홀로, 크게 자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수형을 멋지게 가꾸어 스스로를 빛낸다. 팽나무의 속명 셀티스(Celtis)’열매가 맛있는 나무란 뜻의 고대 희랍어다. 맛있는 열매를 풍성하게 생산해내니 새와 동물들도 팽나무를 좋아한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살면서도 많은 생물을 부양하는 역할은 눈부시다.

팽나무는 느티나무, 소나무와 함께 오래전부터 마을을 지키는 대표적인 노거수로 꼽혔다. 시골 마을 어귀에서 가장 먼저 맞아주는 오래된 노거수는 느티나무가 단연 많지만, 팽나무 역시 적지 않다. 특히 바닷바람을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 마을의 당산나무는 대부분이 팽나무다. 이름도 외형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다.

우리 지역에도 이름을 알린 팽나무가 있다. 200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의 팽나무다. 나무의 성장세로 보아 수령을 400년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연원은 명확하지 않다. 나무 둘레는 6.56.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 중 둘레가 가장 크다. 수동리 팽나무 역시 그 주변에 찔레꽃, 뽕나무, 참빗살나무, 갈참나무, 팽나무, 아까시나무, 오동나무, 맥문동, 인동덩굴, , 고사리 등 다양한 식물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홀로 자라며 다양한 생명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팽나무의 특성을 알고 나니 당산나무로 마을을 지켜온 수많은 팽나무의 존재가 더 새삼스럽다.

드라마에서 마을 앞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편에 선 우영우 변호사가 찾아낸 답은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이다. 드라마 속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어 도로로부터 마을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됐다. 개발의 구호가 넘쳐나는 지금, 팽나무 한그루의 힘이 전하는 의미가 각별하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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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리 팽나무 #천연기념물 #노거수 #당산나무
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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