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눈이 오시네 - 소재호

밤 깊이 나직나직 눈이 오시네

지금까지 있었던 일 다 헛것이라며

세상 떠돌던 이야기는 전설로 변하며 

밤이 깜깜함 털어내어

눈이 오시네

 

세상 소리는 듣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라며

모든 만물은 하나로 보라며

가물거리던 기억은 덮으며

눈이 새 판으로 오시네

 

하늘이 처음으로 세상에

하늘 빛깔로 내려서며

사람들은 감동하라고

이쯤으로 정갈하게 종교 하나 펼치라고

사복사복 눈이 오시네

 

△‘눈이 오시네’는 마치 냉커피를 마실 때처럼 더위를 가시게 한다. 긴 장마와 된더위에 부대끼는 가난한 독거노인 안방에도 ‘나직나직’ 눈이 오시어 외로움을 덮어주었으면 좋겠다. 유랑하는 낮은 영혼에 반짝반짝 하얗게 빛을 내는 눈이었으면 좋겠다. 그리움과 쓸쓸함을 위로해 줄 ‘눈’은 분명 ‘사람들은 감동하라고’ ‘사복사복’ 지붕을 덮을 것이다. 폭염이 눈으로 변신할 때 여름과 겨울을 기억하는 감정이 저장될 것이다. /이소애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