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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맞아야 할 전주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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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4일 대구 기자회견에서 “2022년 지금, 대구는 다시 한 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의 정치문화를 비판하고 변화와 각성을 요구하며 ‘죽비’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죽비는 불교에서 수행자를 지도할 때 사용하는 도구다. 수행자가 졸음을 참지 못할 때 스님이 대나무로 만든 죽비로 수행자의 어깨를 내리치는 장면은 영화에서 등장하곤 한다.

이 전 대표는 과거 대전의 룸살롱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지난 7월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출범시켜 당 대표직에서 쫓겨나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국민의힘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5일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전국위 개최를 추진하자 2차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최근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에 대해 법원이 내린 직무집행정지 처분은 국민의힘의 내분 및 법원의 판단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광주고등법원 전주제1민사부(재판장 이예슬)는 지난달 29일 전주상의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내년 1월 본안 판결 확정때 까지 윤방섭 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경제단체 회장 선거에 잘못된 정치문화를 끌어들인 것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질타다.

지난해 2월 치러진 전주상의 회장 선거는 정치권의 구태를 경제계로 옮겨온 선거였다. 회장 선거에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확보전이 가열되면서 회원사들의 회비 납부를 유도해 한 달 만에 기존 회원사의 4배 가까운 1100여개 회원사가 연간 회비의 절반만 내고도 대의원 선출권리를 얻었다. 전주상의 내부에서 조차 회장 선거에 동원된 신규 회원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갈등 요인이 됐다.

당시 전주상의 회장 선거는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윤방섭 회장이 당선됐고, 이후 일부 회원들이 선거 결과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뒤집었다. 연간 회비의 절반만 납부한 신규 회원에 대한 선거권 부여는 형평성에 어긋나고, 자격 없는 사람들에 의해 선출된 회장이 직무를 계속할 경우 전주상의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힐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당 내부 선거의 판박이였던 전주상의 회장 선거는 당시 시민단체까지 나서 비판했을 정도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마치 선거를 앞두고 당원을 모집하는 민주당의 행태와 꼭 닮았다. 돈으로 회장 자리를 얻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참담하고 꼴 사나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도내 최대 경제단체인 전주상의는 회장 선거 무효에 관한 1심 본안소송 판결이 있을 내년 1월까지 선장 없는 항해를 해야한다. 전주상의 회장 공백 사태를 만든 사람들도 죽비를 맞아야 할 사람들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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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상의 #윤방섭 #직무집행정지 #죽비 #회장 선거
강인석 kangi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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