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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어려운 민사재판

필자는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전까지 판사와 검사는 말할 것도 없고, 변호사를 만나 본 적 없었다. 심지어 법원도 졸업을 앞두고, 변호사가 된다는데, 재판 구경은 해 봐야겠단 생각으로 가 본 것이 처음이다. 지금도 누군가 저는 평생 소송이란 걸 모르고 살고, 변호사 사무실이 처음이라고 하면, 저도 남의 소송만 해 봤지, 아직 제 소송 못 해 봤다고 얘기한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사법(司法) 기관(대략 법원)이란 평소에 갈 일이 없기에 내용도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막상 가게 되면 불편하고 어려운 곳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법 통계를 찾아보니 2020년 전체 소송사건 약 680만 건 중 민사(민사+가사) 사건은 약 500만 건으로 70%가 넘었다. 법원이 하는 일 대부분은 민사 사건이지만 개념을 이해하는 데 가장 오래 걸렸던 것은 민사였다.

예를 들어 삼권분립을 배웠다. 사법부는 입법과 행정과 함께 3대 권력으로 나머지 두 권력을 견제한다.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은 쉽게 이해가 간다. 행정관청이 나에게 행정처분을 하면 이게 위법하다 생각하면 종국적으로 행정소송에서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도 죄가 없는 나를 수사기관이 기소하면, 재판으로 무죄 여부를 판단한다. 

행정부가 곧 국가라고 생각하는 중앙집권적이고 전 근대적인 국가관이 시작이었다. 국가가 사인 간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을 만들었고, 이를 civil law라고 부르고, 이는 영미법의 common law와 구분된다는 사실, 배운 것 같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다. 민사라는 영역에서 내가 돈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데, 재판받고 판결문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 원리는 난해했다. 국가(행정부) 개입을 통한 권리 구제는 사기로 고소해 돈을 받는 방법이 가장 적절해 보였다.

누군가는 민사란 개념을 쉽게 이해하겠지만, 10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외국의 법을 계수해 만든 국가의 시스템과 사인 간의 법체계를 책으로만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사는 항상 어렵다. 나 뿐만은 아닐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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