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20:33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외부기고

효과성 검증 계획이 없는 기초학력 책임제는 공허한 외침이다

image
송영주 전 군산동고 교장

비교적 진보 교육 철학이 강했던 지난 시대의 반성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기초학력’ 문제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이에 대한 공감과 열망이 더 커 보이기도 한다. 유독 뒤쳐져 있다고 생각한 학력과 진학으로 과거 전북 교육의 업적을 거의 가려버리는 느낌까지 있다. 

이에 기초학력 책임제 공약의 실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획과 과정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열망은 정작 그 도달과 성과에 있다. 실현과 도달을 열망하므로, 노력했으나 어려웠다는 결과가 예측되는 계획은 안 될 얘기다. 더 나은 수준의 지속적 지향이 아닌, 오직 기초학력 영역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욕심은 타당성이 있다. 요즘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량 교육과정 시대이기는 하다. 그러나 기초학력에 대해서만큼은 그 결과와 성과가 교육적 양심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기초학력 책임시스템 구축에 대한 구체적 과정에서 ‘학력’에 대한 개념 문제가 아마도 난관이었을 것 같다. 과거의 교육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은 학력의 개념을 의심 없이 교과 학습력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미래인재 양성에서 요구되는 것은 교과 학습력보다는 ‘역량’이다. 그러므로 학교교육의 목표와 과정, 방법 등이 역량 개발 중심으로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늘 사용해 왔던 학력과 실력이라는 말도 어느덧 역량에 가깝게 그 의미가 확장되어 가고 있음이 감지된다. 

그러나 역량 교육과정은 최소한의 교과 학습력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법률에 명시된 대로 ‘학교의 학생이 학교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것’의 도달을 말한다. 따라서 기초학력을 논할 때는 매우 순수해질 필요가 있다. 학력의 확장된 의미를 동원할 필요 없이 기초 학습력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준비하고 있는 기초학력 책임시스템 계획에는 그 도달에 대한 강력한 장치가 없다. 다시 말하면 효과성 검증 단계를 굳이 삭제하고 있다. 진단 후 보정 노력을 했으면 그 도달 여부의 검증과정이 있어야 책임제가 아닌가. 도달 검증까지 하면 역량 중심의 이 시대에 구시대 유물처럼 너무 학습력 중심으로 간다는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기초학력조차도 역량으로 보는 오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역량 개발의 필요조건인 기초학력은 자기이해, 진로설계 등에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힘으로 규정되면서 이미 학생인권의 출발로서도 해석이 되고 있는 실정에 있다.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은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여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조성’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의무를 학교장에게 주고 있다. 학교는 시행하고 교육청은 적극적 지원을 함으로써 기초학력은 반드시 ‘도달’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계획을 잘 짜도 실행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계획 단계에서부터 효과성 검증을 삭제하는 것은 학교 현장을 충분히 돕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책임’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기초학력 도달의 토대 위에서 실현되는 역량 교육의 생동감은 학생 스스로가 먼저 실감할 것이고, 학부모, 교사도 그 교육력 제고에 한층 더 큰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도달할 만한 믿음직한 계획을 통해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여기에 희망찬 역량 교육을 더하여 인재 양성의 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송영주 전 군산동고 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초학력책임제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