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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50년 전 전국체전과 합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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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7일 동안 주 개최도시인 울산과 그 일원에서 17개 광역시·도와 해외동포 선수들이 출전선수 각자의 고장의 명예를 걸고 경쟁했던 전국체전이 성료되었다.

필자는 각 종목 경기장을 방문하면서 경기력 점검과 협회와의 소통을 하고 선수들에게는 격려의 시간을 가지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과거의 체전과오늘날 체전은 확연히 달랐다. 개.폐회식 때 카드섹션이 사라졌고 선수입장도 개성을 살린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 입장을 하였으며 정말 오랜만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셨다.  당연히 VIP는 단상에서 선수단을 기다리는게 관례였는데 선수들과 같은 입구에서 서서 입장을 하였고 대기실에서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고 주먹 악수를 하기 입장이 늦어지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운동은 예나 지금이나 합숙훈련을 하는데 과거의 합숙 풍경을 생각하면“아!그땐 그랬지”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필자는 구)이리농림고등학교(현 전북대학)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더 큰 도전과 선진 전주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주에 와서 훈련을 하기도 했는데 그곳이 고사동에 있던 종합체육관이였다.  

복싱, 태권도, 역도, 씨름, 레슬링 등 5개 종목 연습장이 있었으며 지금도 이 체육관 출신들은 선.후배 위계질서와 끈끈한 동료애로 긍지를 갖고 있다.

이리에서 체육관까지 가기 위해선 2시간 넘게 소요됐다. 이리농고에서 평화동 시내버스 터미널까지 걸어가서 완행버스를 타고 성덕에서 전주가는 버스를 다시 갈아타고 미원탑에서 하차(구.시청옆)후 고사동 체육관까지 걸어가면 연습도 하기 전에 에너지가 완전 방전되어 녹초가 되고 만다.

체육관에 들어서면“이리 놈들”“이리 놈들 왔구나”소리가 들린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날 전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거리가 2시간 정도인데 익산에서 2시간이 걸리니 멀고도 먼 길이였기에 아주 시골 촌놈들이라고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하고 쓴웃음이 난다.

1974년도 전국체전에 전북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화성여관(현 적십자병원 앞 고사동)에 숙식하며 훈련을 하고 전북대 앞 실내체육관에서 연습을 하였다.  여관은 가스보일러도 연탄보일러도 없었고 장작불로 방울 데우며 하나님과 동격인 무서운 선배님들 맛사지와 20여명의 선배님들의 빨래를 후배들이 세탁기도 없고 짤순이도 없는 상황에서 비틀어서 물을 짜다보면 너무 힘들어 후배들과 마주보고 좌우로 비틀어 짜곤 하였다.

그 많은 빨래를 위해 작두물 길어오는 담당도 있었다.  

그 빨래는 널 곳이 부족해 지붕(기와)에 올라가 말려서 선배님들 운동 나가시기 전 머리맡에 둬야 운동이 시작되곤 했다.

하루종일 훈련하고 빨래하고 밥차리고 맛사지하고 선배님들 비유 맞추고(않맞을려고).. 그러나 어김없이 오늘도 빠따다. 방 따뜻하게 데울려고 쌓아놓은 장작이 도구가 되어 우리들의 엉덩이는 어느덧 핏빛이다.

엉덩이가 아파 어기적거리면 동작이 느리다고 때린데 또 때린다.

이런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목표가 없었다면 진즉 떠났을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토요일 날 외출을 나가 갈증해소와 영양보충을 위해서 얼음을 샀다. 음료수 사먹을 돈은 없고 해서 친구(심경무 전)김제 금성여중교장)와 함께 큰 톱으로 쓰려서 새내끼로 묶어서 파는 얼음 한관을 사들고 친구집으로 향한다. 얼음물에 사카린 타서 먹던 이야기는 지면이 한정돼 있어 여기서 우선 멈추고 다음 달에는 찢어져 발가락 나오는 경기화, 체중조절 중에 기절해서 사경을 헤메던 이야기 등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인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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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합숙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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