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은 도시의 자산이다. 예로부터 하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고, 주민들은 하천에 기대어 삶을 꾸렸다. 전주에도 역사와 함께 흘러온 도도한 물길이 있다. 천년 전통 도시의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전주천은 이제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 됐다. 어느덧 시행 20년을 맞은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의 성과다.
도시화‧산업화 시기, 전주천은 국내 여느 도심 하천처럼 생명을 잃고 도시의 하수구로 변해갔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말 전주시가 시민 편의시설 조성에 초점을 맞춘 전주천 공원화 사업을 계획하자 지역 시민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민단체는 생태계 복원에 중심을 둔 자연형하천 조성을 제안했고, 전주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도심 하천의 큰 변화가 시작됐다.
깨끗한 1급수에만 산다는 쉬리가 돌아온 전주천은 도심 자연형하천 복원의 성공적 모델이 됐다. 생물종이 다양해지면서 도심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원앙이 유유히 헤엄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생기를 되찾은 도심 하천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주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시민의 자랑이 된 것은 인간의 편의가 아닌, 생명이 깃들어사는 자연환경에 초점을 맞춘 복원‧보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인간의 욕심을 줄이고, 불편을 감내한 것이다.
전국적 모범이 된 전주천 자연형하천 복원사업은 많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 하천의 미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하류 생태계 복원이 과제로 꼽힌다. 삼천 합류구간에서 만경강 본류에 이르는 하류 국가하천 구간은 생태하천으로 집중 조명을 받은 중‧상류와 수질환경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환경단체는 하류 국가하천 구간에 여전히 남아 있는 5개의 대형 취수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오염된 퇴적물을 늘리면서 수질이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하천 관리기관에서 최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주천 국가하천 구간의 취수보 개량 사업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점점 울창한 숲으로 변하면서 육상동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하천 둔치의 식생도 생각해 볼일이다. 둔치에 형성된 숲이 물의 흐름을 방해해 홍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선8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시민‧환경단체들이 ‘흘러라 전주천’ 캠페인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주시장 예비후보들은 환경단체와 ‘전주천 수질 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하류 국가하천구간 생태계 복원과 전주천‧만경강 생태네트워크 연결 등이 골자다. 우범기 현 시장도 당시 후보 자격으로 동참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심 생태하천 전주천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시민의 휴식처이자 전주의 대표적 자연생태공간인 전주천의 물길을 더 관심 있게 살펴볼 일이다. 1급수 지표종인 쉬리와 천연기념물 수달이 사는 도심 생태하천. 전국에 내놓을 수 있는 전주의 자랑거리이지 않은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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