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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과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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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냐, 유치원이냐.’

초등학교 취학 전 만 3~5세의 아동을 둔 부모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거리다. 보통 어린이집은  ‘보육’, 유치원은 ‘교육’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중만 다를 뿐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모두 책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관련법에 따라 관리·감독 부처를 달리하면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유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 관할로 이원화돼 교사양성과 시설기준, 지원 및 운영 정책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이 같은 차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지자체와 교육청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완주군 동상면에서는 지역사회의 관심을 끈 작은 행사가 열렸다. 완주군 공립 동상어린이집 개원식이다. 이날 행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공공 어린이집 설립 과정에서의 우여곡절 때문이다. 여느 농촌에서처럼 동상면에서도 공공보육시설 설립은 지역주민의 오랜 숙원이었다. 완주군은 병설유치원이 있어 급식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동상초등학교 내에 공공어립이집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전북교육청에 수 차례 협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은 학교 내에 관할기관이 다른 보육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2018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진통을 거듭해야 했고, 완주군은 모 기업의 지원사업을 통해 가까스로 시설을 건립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전북교육청이 편성한 내년 사립유치원 지원 예산을 놓고 어린이집 원장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부모 지원금을 놓고 벌어진 형평성 논란이다.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전북도청은 유아 1인당 월 8만 원을 지원하는데 반해, 유치원을 관할하는 전북교육청은 월 19만 1000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두 배 넘는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양 기관이 각각 지원 금액을 조정해 갈등 봉합에 나섰다. 하지만 민선8기 요란하게 교육협치를 선언한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의 엇갈린 행보와 소통부재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출산 시대, 이 같은 갈등이 계속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 유아보육·교육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실 유보통합은 1990년대부터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그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됐고, 윤석열정부도 범부처 유보통합추진단을 꾸려 30년간 꼬인 실타래를 푼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매번 흐지부지됐고, 현 정부에서도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유보통합이 어렵다면 우선 탄탄한 보육환경을 갖추는 일에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 지역소멸을 막고 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보육과 교육의 업무 구분, 관할 기관 구분은 의미가 없다. 교육청이 지자체와 적극 협력해, 농어촌 학교 유휴공간에 공공어린이집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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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유치원 #유보통합 #협치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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