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8개 시·군·구에서 지난 22일 일제히 치러진 체육회장 선거 결과, 최연소 당선자는 35세의 박지원 전주시체육회장 후보였다. 전주시의회 의장을 역임한 70대의 현직 회장과 맞대결을 했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그는 이변을 일으키며 일약 전국적으로 체육계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그런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지원 당선자는 매우 특이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책과 비전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입학, 졸업한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라는 프로필에 꽂힌 이들이 훨씬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학벌이나 외형적인 평가기준에 얼마나 사로잡혀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가 지난 21일 역대 최고 영화 100선을 발표했는데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당당히 82위에 랭크됐다. 이 매체는 '기생충'에 대해 날카로운 의도와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춘 스릴러 영화이자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역사상 변화점을 이끈 작품이라고 평했다. 신분제가 없어진지 오래됐지만 기생충 영화에서 실감하듯 오늘의 사회는 재산과 학벌, 직업 등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서울이나 인천, 경기에 살지 않으면 지방사람 취급을 받는다. 수도권 대학에 입학해도 지방 출신 학생들을 대입 선발 전형에 따라`벌레 충'(蟲)자를 붙인다. 농어촌 전형이 포함된 기회균형선발전형 합격자는 기균충, 지역균형선발 전형 입학자는 지균충, 사회적배려 대상자 특별전형 입학생은 사배충으로, 편입생은 편충이라고 부르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같은 대학을 다녀도 수시와 정시전형에 따라, 본교와 캠퍼스에 따라 성골, 진골로 나뉘어진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면적(605.02㎢)과 가장 비슷한 곳은 전국 시군중 고창군(607.72㎢)이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것과 고창에 거주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단순히 어디에서 사는가에 따라 특권을 누리거나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추진중이고, 특별자치도는 이를 실현키 위한 구체적인 방안의 하나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 좀 특별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하지만 현실은 특별자치도가 된다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받았던 특별한 차별을 이제는 좀 덜 받을 것이란 의미다. 오죽하면 일부 도민들은 “특별한 대우는 원치 않으니 제발 특별한 차별이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공부 잘하는 큰 아들만 대학에 보내고 동생들은 모두 학업을 중단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중앙정부가 지금도 이런 사고에 입각해 지역간 불균형발전전략을 추진해선 안된다. 그게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심정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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