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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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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전주시 도서관본부장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도서관은 기원전 3세기 건립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당대 지식을 집대성한 인류문명의 보고였던 이곳은 현대 지식의 밑거름이 되었다. 우리나라 역사 속 대표적인 도서관은 왕실도서관이자 학술·정책을 연구하고, 다양한 서적을 편찬했던 조선의 규장각이다. 이시기에는 왕권 강화를 위해 사대부에게 필요한 책을 대량 보급했는데, 이러한 조선 출판문화를 이끈 3대 책판 중 하나가 전주 완판본이다. 특히, 전주는 품질과 수량 면에서 가장 우수한 한지를 생산, 서적을 만들고 보존하는데 필요한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었기에 예부터 책의 도시, 기록의 도시로 일컬어져왔다. 

이러한 역사성을 간직한 도시 전주의 도서관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최초 도서관은 전북 도립도서관(124석)으로 1949년 경원동에 첫 문을 열었다. 이곳은 1963년 시립도서관으로 개칭 후 1977년 현 KT전주지사 자리로 확장(800석)이전했다. 이후 1980년 전주시립중앙도서관(현 금암도서관)으로 새단장했으며(금암도서관은 당시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이 전주시 문화발전을 위해 기증) 1989년 완산 시립도서관 신축을 시작으로, 인후, 삼천, 송천, 서신, 평화, 아중, 쪽구름, 건지, 효자, 꽃심에 이르기까지 12개 공공도서관이 건립되어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깊이 읽는 문화는 삶의 지혜뿐 아니라 소통,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일찌감치 책과 도서관의 잠재력을 확신한 전주시는 도서관을 끝없이 진화시키고 있다. 12~16세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공간 우주로를 자랑하는 꽃심부터, 12개 공공도서관은 건강(삼천), 영화(인후), 장애인(평화), 취업(금암), 다문화(쪽구름) 등 각각 특화주제에 맞는 전문성까지 갖춰가고 있다. 또한 첫마중길·웨리단길·한옥마을에는 여행자도서관, 학산숲속시집도서관, 동문헌책도서관, 연화정도서관, 서학예술마을도서관 등 특색있는 도서관이 조성되어 있다.

전주 도서관은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화를 지향한다. 공공도서관은 물론 동네 작은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는 일상이 되었다. 매년 도서관에서 개최하는 전주 독서대전과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은 사서들이 교육계, 언론계, 동네서점, 작가, 출판사와 함께 직접 기획·운영하며, 공연, 강연, 체험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전국 유일 도서관여행은 매번 조기 마감될 정도 큰 인기를 누려 전주 대표 문화관광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Welcome home!” 시카고도서관 층마다 적힌 이 문구는 이 공간이 표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어떤 말도 이보다 아늑하고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시카고도서관은 진로, 결혼, 퇴직 등 시민들의 생애주기와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목표는 모든 연령대 시민들이 궁금한 것을 묻고, 고민의 해답을 찾는 것이다. 심지어 노숙자를 위한 공간이나 방과후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시간도 있다 하니 모든 시민들의 ‘집’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시민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는 전주 도서관이 보내는 메시지도 같다. 전주 도서관은 모두를 위한, 모두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책은 단지 시작일 뿐, 도서관도 그렇다. 그곳에서 꺼내고 펼치는 이야기는 모두의, 각자의 몫이다. 2023년에는 어떻게 변할까?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본다.

/김병수 전주시 도서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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