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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이제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자신도 말기암을 앓고 있는 80대 노인이 돌보던 아내를 살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노인은 1일 오후 전주 자택에서 80대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하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말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노인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며 ‘남겨진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 노인은 대장암 말기로 투병중이고 아내는 3년 전 발생한 뇌졸중을 앓아오다 최근에 고관절 수술을 받는 등 거동이 불편해 살림을 도맡아 왔다.

전형적인 노(老)-노(老) 간병살인이다. 이같은 간병살인은 2019년 군산에서 치매를 앓던 아내를 돌보던 80대 남편이 유서를 남긴채 아내를 살해한 사건과 유사하다. 또 2020년에는 완주에서 간병에 지친 60대 아내가 남편을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같은 간병살인은 통계조차 없으나 전국적으로 매달 1건 이상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간병, 특히 노인간병은 어둠의 긴 터널이다. 대개 죽어야 끝나는 힘겹고 오랜 싸움이다. 이 과정에서 견디다 못해 환자를 살해하는데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해마다 늘고 있다. 2021년에는 대구에서 22세의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50대 아버지를 8개월간 돌보다 방치해 숨지게 한 ‘영 케어러’ 사건이 일어나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간병살인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보다는 자택에서 많이 일어나고 환자 살해 후 자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동기를 보면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간병이 오래되다보면 엄청난 간병비를 감당키 어려워 직장마저 그만두고 간병에 매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순간적 격정 분노, 장기간 간병 스트레스, 처지 비관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간병기간이 길어지면 살인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이제 간병, 특히 노노 간병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또한 노인장기요양제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간병도 치매나 암처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분담해야 마땅하다. 가족간 살인을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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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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