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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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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입춘에 이어 우리 고유의 명절인 정월대보름이 지났다. 설부터 대보름날까지 우리 조상들은 쥐불놀이와 윷놀이‧줄다리기‧연날리기‧투호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세시풍속이 사라지면서 이런 민속놀이도 잊혀져 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자치단체와 박물관 등에서 명절맞이 행사를 열어 전통 놀이문화 계승에 노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70~80년대 이전에 아동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골목놀이의 추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소재가 된 게 바로 당시 아이들이 즐겼던 추억의 골목놀이다. 요즘같은 엄동설한에도 동네 꼬마들은 골목을 누비며 손을 호호 불면서 해가 질 때까지 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하는 바깥놀이를 잃어버렸다. 방과 후 학원을 돌다 보면 진이 빠져 바깥놀이는 생각도 못 한다. 방 안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 보편화된 놀이 수단이다. 놀이를 단순한 시간 낭비로 생각해 백안시 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에도 원인이 있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조차 교실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놀이터인 학교 운동장은 점점 좁아진다. 넓은 운동장이 있어도 별 쓸모가 없다.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로 체육활동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한때 전북교육청과 전주시가 정책적으로 아동 놀이문화 확산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전북교육청은 초등학생들이 하루 60분 이상 놀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놀이밥6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 ‘놀이밥퍼’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놀 권리 회복에 함께 할 학부모 놀이활동가를 양성했다. 전주시는 지난 2019년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놀이터 도시’를 기치로 내세워 ‘야호아이놀이과’를 신설하고, 아동 놀이 지원과 놀이터 조성사업에 주력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도 전주시도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수장이 바뀌면서 사업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에겐 ‘놀이가 밥’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배우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또 놀이는 사회성과 사고력, 정서적 안정,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아동은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제31조)에서 명시한 어린이의 권리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놀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을까? 놀 시간도 없고, 마땅히 놀 곳도 없다.

마침 정부가 올해 아동의 놀 권리를 명시한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의 ‘놀 권리’를 법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놀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게 어찌 보면 서글픈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적극 반길 일이다. 아울러 놀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도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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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권리 #아동 #놀이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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