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입학지원금과 책꾸러미 선물

image

봄의 문턱, 입학시즌이 눈앞이다. 올해부터는 전북지역에서도 모든 초등학교 신입생이 1인당 30만원의 입학지원금을 받는다. 전북도의회가 최근  ‘전라북도교육청 초등학교 입학지원금 지원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조례에 따라 전북교육청은 올해 약 38억4000만원의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초등학생 입학지원금은 보편적 교육비(에듀페이) 지원을 강조한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공약이다. 중·고교생에게는 이미 조례를 통해 입학지원비 성격의 교복구입비와 현장체험학습비를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고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입학지원금은 서울과 광주·인천 등 몇몇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시행한 후 전국 각 지역에서 너도나도 도입하면서 유행처럼 확산된 제도다. 보편적 교육복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전북교육청이 그동안 초등학교 신입생 지원에 등을 돌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북만의 특성화된 시책으로 학교와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바로 ‘책 꾸러미’ 선물이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3년부터 초등학교 신입생 모두에게 학교를 통해 1인당 2~3권의 책 꾸러미 선물을 해왔다. 예산을 각 초등학교에 지원하고, 학교 측에서 도서를 직접 선정해서 구입하도록 했다. 특히 도서 구입 때 지역서점을 이용하도록 권고해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책방 살리기에도 힘을 실었다.

입학지원금을 새로 지급하게 됐지만 올해도 책 꾸러미 선물은 계속된다. 오히려 올해는 신입생뿐 아니라 1~3학년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의 문해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문해력 향상과 독서교육 강화 차원에서 책 꾸러미 사업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학생 1인당 약 3만원씩, 모두 12억 68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대상이 확대된 만큼 예산도 대폭 늘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입학지원금까지 감당해야 하니 전북교육청의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금성 복지사업인 입학지원금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마치 전국 각 지자체가 앞다퉈 시행한 출산장려금·출산축하금처럼 성과도 별로 없고 수혜자들도 기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중단하거나 축소할 수도 없는 계륵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현금성 지원사업은 이에 익숙해진 주민들의 의견이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선출직 단체장으로서는 효과가 없어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굳이 입학지원금 제도를 도입해야 했다면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도시 대규모 학교는 제외하고, 농어촌 학교와 원도심 작은 학교 위주로 선별 지원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했어야 했다. 추후 예산문제에 발목이 잡혀 책 꾸러미 선물을 중단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중복사업이라는 이유를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입학지원금과 지원대상이 같지만, 책 꾸러미 사업은 그 목적이 아동 문해력 향상과 독서교육에 있으니 엄격히 중복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종표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