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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서 신동진 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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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용배 전 정읍시 단풍미인 브랜드 관리위원

전북에서 신동진 벼는 벼농사짓는 농민에게는 구세주라고 생각한다. 신동진 벼가 나오기 전에는 서울에서 전북의 쌀은 ‘똥쌀’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경기미에 밀려서 전북쌀은 서울에 입성할 수가 없었고 가격 또한 많이 차이가 났다. 그런데 신동진 벼가 전북의 주력 쌀 품종이 되면서부터는 전북쌀의 위상이 살아나 서울에서도 경기미를 제치고 당당히 인정받게 됐다.

신동진 벼의 전북 점유율은 55% 정도이다. 이것은 누가 권유해서 된 게 아니다. 농사를 지어보니 전북의 기후와 토질에 맞아 농민 스스로가 선택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필자 역시 35년 농사를 지었지만 재배하기는 힘들어도 판매 걱정 없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쌀은 신동진 쌀이 처음이었다.

사실 신동진 벼는 두려움을 안고 재배하는 품종이다. 키가 크고 도복(비나 바람에 쓰러지는 일)에 약하기에 타 품종에 비해서 비료를 적게 해야 하고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이 많다. 그럼에도 신동진 벼를 재배하는 이유는 판매 걱정 없고 소비자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쌀이 남아돌자(사실 남아도는 것이 아니고 공산품을 팔기 위해 매년 41만톤을 의무 수입하기 때문이지만) 다수확 품종을 모두 없애는 정책을 3~4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신동진 벼 대체 품종으로 참동진 벼를 한다 해서 많은 농민이 참동진벼 종자를 구입해 미리 재배해 보았다. 하지만 참동진 벼는 키가 신동진 벼보다 크고 벼대가 부드러워 신동진 벼보다 도복에 약하고 품질도 수확량도 떨어졌다. 신동진 벼도 도복에 약해 겨우겨우 쓰러지지 않게 힘들게 농사짓는데, 신동진 벼보다 더 도복이 잘되니 가을 태풍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참동진 벼는 재배하기 매우 힘들다고 생각한다. 또한 참동진벼는 수발아(벼가 싹트는 것)도 잘되는데, 이런 특성을 가진 벼는 가을에 잦은 비가 내리고 고온인 우리나라에서는 벼가 서있는 상태에서 싹이 트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싹이 튼 벼알은 상품성이 떨어져 최하위 쌀이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받게 된다.

전북 정치권이 나서 2024년부터 시행되는 신동진 벼 종자 생산 폐지를 책임지고 저지해야 한다. 전북에서 신동진 벼가 사라지면 전북 주력 품종이 없어지기 때문에 농민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힘든 전북 농촌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 정부 정책은 큰 과오를 범하고 있다. 품질이야 좋든 나쁘든 신경 쓰지 않고 자료상 1a당 570kg 넘는 품종은 무조건 없애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러한 무책임한 정책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지난 2021년 신동진 벼가 오래 재배해서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많이 걸렸다는 여론이 있었는데 그해 개화기 때 잦은 비로 다른 품종도 역시 많은 병에 걸렸다. 신동진 벼 재배 면적이 많다 보니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다음해인 2022년에는 전북에서 신동진 벼가 작황이 제일 좋았다. 전북에 신동진벼가 자리 잡고 주력 품종이 되어 이제 명성을 얻고 있는데, 신동진 벼를 없애버린다는 것은 전북 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신동진 벼의 종자를 생산하지 않으면 전북 쌀이 돛대 없는 배처럼 갈팡질팡할까 제일 염려된다.   

생각이 있는 전북의 정치권이라면 지역 농민들의 하소연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적게는 전북 농민의 일이지만 크게는 전북도민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함께 힘을 모아 신동진 벼 종자 생산 중단을 철회시켜야 한다.

/은용배 전 정읍시 단풍미인 브랜드 관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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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용배 #신동진 벼 #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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