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를 ‘일본 고유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로.”
일본 문부과학성이 2024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을 심사하면서 일본 초등학교가 사용할 사회교과서를 수정하게 한 내용이다. ‘일본 영토’를 ‘고유영토’로 고치고 다케시마가 ‘한국에 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도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로 바꾸어 영유권 주장을 더 명확하게 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내용은 강제성을 약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수정하게 했다. 강제적으로 징집의 의미를 갖는 ‘징병’ 대신 ‘참가’나 ‘지원’이란 표현을 쓰게 해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했다는 해석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런 시도는 지난해 고등학교 교과서를 대폭 수정하면서 먼저 이루어졌다. 역시 일본 문부과학성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연행’했다는 표현이 사라진 고등학교 검정교과서를 통과시키면서다. 이 과정에서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강제 징용’과 ‘강제 연행’은 ‘징용’이나 ‘연행’으로 수정됐고, ‘일본군 위안부’ 등의 표현은 사실상 사용을 금지해 삭제됐다. 다른 12종의 사회 과목 교과서들도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바꾸어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했다.
일본은 초중고교용 교과서를 국가가 정해주지 않는다. 민간 집필자나 발행자가 제작한 도서를 교과서로 신청하면 문부과학성이 `교과서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의 심사를 거쳐 적정성 여부를 결정할 뿐 교과서 선정은 자치단체 교육위원회나 학교가 자율적으로 한다. 교과서 검정 통과를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들여 항의하고 성명을 냈다. 어김없이 ‘깊은 유감’ ‘강력한 항의’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역사왜곡 시도가 있을 때마다 취해온 의례적인 방식이니 역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유독 눈길이 가는 내용이 있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는 부분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스스로 사죄하고 반성한 적이 있었던가.
정부는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라며 논란이 된 강제동원 해법을 주도적으로 내놓았었다. 그러나 일본이 보여주는 태도는 여전히 무례하다. 교과서를 통한 역사왜곡 또한 줄곧 자행되어온 터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왜곡의 수단과 방식이 더 노골화되고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 정부의 외교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김은정 선임기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