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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이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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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리소문없이(?) 관심을 끈 영화가 있다. 나카무라 코타 감독의 <동네책방 폴란>이다. <폴란>은 출퇴근 시간에만 유동 인구가 있는 도쿄 서북쪽의 전형적인 베드타운 네리마구, 그 중심에서도 조금 더 떨어진 한적한 동네에 있는 책방이다. 책방 주인은 이시다 교스케씨 부부. 이들은 중고책을 다루는 작은 동네 책방을 개업 초기부터 함께 해온 점원 유키 씨와 함께 음악회나 낭독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어 단순한 책방이 아닌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돕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덕분에 <폴란>은 주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갑자기 밀어닥친 코로나의 위기로 존립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결국 쌓여가는 월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게 된 주인 부부의 선택은 폐업.

어린 시절, 이 책방을 드나들었던 나카무라 감독은 책방의 폐업 소식을 듣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제작된 <동네책방 폴란>35년 동안 운영해온 중고 책방을 폐업하기로 한 뒤 문을 닫기까지 한 달 동안 이 책방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담은 다큐다. <폴란>이 문을 닫은 것은 코로나가 절정에 이른 20212. 폐업을 준비하며 치루는 할인행사, 더러는 포장되지만 더러는 종이 더미가 되어 폐지 처리장으로 실려 나가는 재고 서적들, 오랜 시간 새로운(?) 헌책을 품었던 책장이 해체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기 보다 일상적이고 애틋하다. 폐점을 앞두고 책방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이시다 사장은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다며 눈물로 인사를 한다.

일본 작은 도시 변두리의 동네책방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사이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자리잡은 우리의 동네책방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목할만한 흐름이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해마다 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동네책방들이다. 주식회사 동네서점에 따르면 202212월 현재, 동네책방은 815곳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1년 사이 70곳이 늘었다. 전북은 일곱 개가 새로 문을 열어 31곳이 됐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중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책방이 합류한 지역이다. 경제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동네책방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들여다보면 이제 동네책방은 단순히 책만 사고파는 서점이 아니다. 책을 읽고 교류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문화적 삶을 꽃피우는 공간이다. 커피와 차가 있는 책방,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책방, ‘큐레이션책방, ‘북스테이책방 등 기능도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문화의 중심에 선 동네책방의 행렬이 반갑다.  관심과 참여가 더해지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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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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