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의회를 둘러싼 주변 상황이 협치의 강한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그들의 역할론이 새삼 회자된다. 과거 갈등과 대립이 잦았던 때와 달리 최근 들어 ‘이슈 메이커’ 의 명성이 무색할 만큼 조용하다. 관건은 이런 우호적 분위기가 실제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작동해야 할 기능이 고장 나서 그런 것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그런 가운데 도정 파트너의 중심축인 김관영 지사와 서거석 교육감, 여당 정운천 의원 등은 여전히 팀웍을 과시하고 있다. 이처럼 협치를 키워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서인지 상대적으로 도의회 역할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민선 8기 출범 직후 산하기관장 인사청문 논란과 함께 도청 조직개편 때 상임위 간 밥그릇 싸움을 빼곤 이렇다 할 주목을 끌지 못했다. 도정 협력 기관끼리 ‘허니 문’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판 칼날이 무뎌진 건 아닌지 해석이 분분하다.
도의회 사상 첫 여성 의장 탄생도 관심의 대상이다. 국주영은 의장이 3선 최다 의원으로서 관록은 인정하지만 그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도의원 40명 중 재선 16명, 초선 22명인 상황에서 의장 선출은 불가피하지만 개인 역량에 좌우되는 존재감은 뚜렷하게 각인시키지 못했다. 특유의 섬세함을 앞세운 조직 안정에선 후한 평가다. 그럼에도 지역 정치의 대표 수장으로서 강력한 리더십은 아쉬운 대목이다. 전북은 사실 민주당 텃밭으로 집권 여당과의 소통 창구가 극히 제한돼 어려움을 겪는다. 지역 현안 추진에 도의회 응집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까닭이다. 그 중심에서 도의장 역할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도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전국적 선거 스케줄이 올해 없다는 점도 큰 변수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통해 숨겨 놓은 발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지난달 전주을 재선거도 민주당 불참에 따라 의원들이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취했다. 막판엔 내년 총선 유리한 대진표를 포석에 두고 ‘역선택‘ 설이 파다했다. 2020년 총선 악몽을 떠올리면 짐작할 수 있다. 전주을에 출마한 이상직-최형재 후보의 불꽃 경선서 지방의원들이 앞장서 편 가르기 경쟁을 벌였다. 본인 공천과 직결되기에 지지 선언을 통해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이런 움직임은 점차 노골화될 것이다.
역대급으로 전개되는 협치 모드에 도의회 동참 기류도 강하다. 도정의 지렛대 역할을 자임하는 대의 기관으로서 주어진 책무에 부담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협치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해도 본연의 역할인 견제 감시까지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인사청문회와 도정 질의서 제기된 의혹과 문제점에 대해 당사자 답변이나 자료 제출을 통해 이를 규명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 이중 공모 지원 등과 관련해 언론에서 연일 도덕성 논란이 됐는데도 당사자의 속 시원한 해명은커녕 직계 은행 자료 제출까지 거부했다. 그런데도 어물쩍 넘어갔다. 변죽만 울린 도의회 존재 이유를 곱씹어 보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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