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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 영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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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남원 출신 원로 극작가 노경식 선생을 서울의 대학로에서 인터뷰로 만난 것은 7년 전이다. 대학로는 한 길 극작가로만 살아온 그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1965,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출판사에 근무하면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던 그는 1981, 전업 작가가 되었다.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여인 3대의 삶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애환을 담은  달집’(1971)이다. 그동안 발표한 희곡은 40 여편. 그 대부분이 무대를 만나 생명을 얻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이들 작품을 무대로 불러낸 것은 역사와 시대적 상황을 딛고 있는 작품의 주제 의식과 사실주의 양식을 기반으로 한 극적 완성도의 힘이었다.

2016, 그의 등단 50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공연이 대학로의 극장에 올랐다. 2007년 국립극장의 의뢰를 받아 완성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활자로만 묶여 있던 두 영웅이다. 8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도 그렇거니와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원로와 중견 배우들이 함께한 그 무대는 선생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두 영웅은 같은 시대를 살다간 조선의 사명대사와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다. 1604년 탐적사로 일본에 파견된 사명대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담판하고 협상하면서 결국은 두 차례의 왜란으로 잡혀간 조선인들을 귀국시키는 여정을 그렸다.

창작 초연작 두 영웅이 올려지기 바로 한해 전인 2015,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협의해온 결과를 한일 양국 이름으로 공동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과 과정 그 어느 것도 명분 없이 이뤄진 합의 내용에 국민의 반감은 높았다. ‘두 영웅이 특별히 주목을 받았던 바탕에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도 있었던 셈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의 한일관계를 보면 400여 년 전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 위안부에 대한 합의 내용을 보니 더 그렇다. 사명대사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화해로 서로 강화하면서 양국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수교를 이끌어냈다.”

선생은 그 바탕에 신뢰가 있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서로를 신뢰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외교라고 강조했다.

두 영웅이 다시 무대를 만났다. 올해는 전주와 밀양으로 이어지는 무대다. 다시 만난 두 영웅은 여전히 난맥으로 엉켜 있는 한일관계의 바탕을 돌아보게 한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신뢰도 없는 관계에서 진정한 외교적 힘이 발휘될 리 없다. 사명대사의 협상력과 담판의 여정이 이어낸 외교적 성취가 빛난다. 역사와 시대를 직시해온 원로 극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더 또렷해지는 이유를 알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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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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