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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 정치 현수막, 도민을 바보로 아나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현수막으로 도배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사거리나 대로 등에는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으로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들 현수막은 자극적인 표현과 원색적인 비방으로 채워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도심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출퇴근 시간에 이들 현수막을 보게 되면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짜증이 절로 난다.

이러한 일이 지난 1일부터 더 심해지고 있다. 정당은 물론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제한없이 현수막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정당에서 내건 독설과 선전 선동성 현수막과 함께 각종 단체나 개인이 만든 공해 수준의 벽보나 인쇄물까지 봐야할 판이다. 이렇게 된 것은 헌법재판소가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국회가 처리시한인 7월 31일까지 보완입법을 하지 않은 탓이다.

당초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은 정치인들이 유권자와 최대한 가깝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치적 현안 관련 현수막은 사전신고나 허가 없이 아무데나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좋은 취지를 악용해 현수막을 선전 선동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다. 더욱이 지금 우리나라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으로 진영 간에 서로를 원수보듯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 진영을 깎아 내리고 비방하는데 혈안이 된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과 부인, 일본 원전 오염수, 지역감정 등에 대한 문구가 경쟁하듯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각 정당의 중앙당과 도당, 지역구에서도 더 자극적인 현수막 게재를 내부적으로 권장해 기름을 붓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갈라져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정치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초중고 학생들에게 정치권이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저질스럽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 교육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정치권이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 본데서 비롯된다. 한 마디로 국민 수준을 정치권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또 문제는 이처럼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 비용이 모두 국민세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판단을 어지럽히고 국민의 감성을 황폐화시키는 것이다. 국회는 하루 빨리 입법을 통해 부작용이 큰 현수막을 규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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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 #정치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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