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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연속성이 무너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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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이 바뀌면 어김없이 도시의 청사진이 바뀐다.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갑자기 중단되고 180도 바뀌는 도시계획이 미덥지 않다. 새로 선출된 지자체장이 전임자의 역점 사업을 뒤집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임자의 정책이 정말 터무니없거나 추진이 불가능해졌다면 당연히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철학이자 공약이라는 이유로 이미 진행 중인 사업까지 중단하고, 방향을 바꿔놓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천년도시 전주가 여태껏 그랬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이 대표 사례다. 예상치 못한 청사진이 불쑥 나오고, 용두사미로 사라지면서 혼란만 키웠다. 전주시가 최근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사업 변경계획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사업 변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3년 건립돼  전주의 중심부를 지켜온 종합경기장은 21세기 들어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이전과 부지개발사업이 논의됐다. 2005년 전북도가 전주시에 부지를 무상양여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2012년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부지에 민간사업자가 쇼핑몰과 호텔 등 상업시설을 짓고, 대신 외곽에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건립해 전주시에 기부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롯데쇼핑과 체결했다. 

하지만 2014년 당선된 김승수 전 시장이 롯데쇼핑과의 협약을 무시하고, 민간투자가 아닌 재정사업으로 사업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혀 전북도 및 기업과 마찰을 빚었다. 이후 2015년 전주시는 종합경기장을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속 시민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에는 ‘종합경기장 정원의 숲 조성사업 착공식’까지 개최했다. 무슨 의도인지 임기 말에 추진하지도 못할 사업의 착공식을 거창하게 연 것이다. 그리고 민선 8기 우범기 시장은 중단됐던 롯데쇼핑과의 협의를 다시 진행시켰다. 결국 전임 시장의 행정행위를 무시하고 추진한 김 전 시장의 청사진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그 사이 사업은 논란 속에 한 발짝도 떼지 못했고,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민선 8기 새 단체장도 다르지 않다. 이미 확정돼 1년 가까이 공사가 진행되던 전주 백제대로 자전거 전용차로 조성사업을 지난 5월 전격 중단하고, 백지화 수순을 밟았다. 시민 민원을 그 이유로 들었지만 한창 진행 중인 사업을 되돌려야 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던 것도 아니다. 결국은 새 단체장이 행정의 연속성보다는 자신의 도시개발 철학을 앞세운 것이다. 

매번 이런 식이라면 지역의 미래와 연계되는 대규모 사업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언제 중단되고 변경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가 지역사회 대변혁을 이끌겠다며 민선 8기 공약으로 제시한 주요 사업 상당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된다. 대표적으로 전주 관광케이블카와 드림랜드 현대화 사업이 꼽힌다. 수백억 규모의 민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정의 연속성과 공신력이 담보돼야 하지 않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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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연속성 #전주종합경기장 #자전거 전용차로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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