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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콩나물국밥의 원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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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성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식사를 마친 젊은 여성 손님이 카운터 앞에서 서성거렸다. 친구가 밥값을 계산하고 나가자는 모양새를 보이는데도 뭔가 볼 일이 남은 듯 쉬이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손님?”

여행객인 듯 보였다. 전주역까지 가는 방법, 인근 게스트하우스 안내, 한옥마을 외에 전주 볼거리 소개 등 그간 젊은 여행객들이 주로 문의해오던 것들에 대한 답을 속으로 찾고 있을 때였다. 

“저 혹시 여기가 진짜 전주콩나물국밥 원조집이에요?”

뜬금없이 전주콩나물국밥 원조를 찾다니, 이 손님은 여행객임이 다시 한번 확실해졌다. 전주 사람은 누구도 콩나물국밥 원조를 논하지 않는다.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콩나물국밥은 전주 지역 토속음식이어서 누가 원조인지 알 수가 없어요. 아주 오래 전에 일반 가정집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는데요. 그리고 저희 집보다 더 오래 장사해오신 가게들이 많은데 그분들 들으시면 속상해하세요.”

손님은 살짝 홀가분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아, 저는 누가 블로그에 여기가 원조집이라고 써놨길래 일부러 찾아왔거든요.”

그러면서 가게 안에 어디에도 ‘원조’라는 표기가 없어 궁금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맛있게 드셨죠? 원조는 아니지만 전주시내에 콩나물국밥집들은 다 자부심을 가지고 개성있고 정직하게 국밥을 만들고 있거든요.”  

음식으로 유명한 거리라면 어디에나 있는 원조 논쟁을 콩나물국밥에서까지 듣게 될 줄이야. 40년 가까이 국밥을 말아왔지만 이 정도 경력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의 역사와 내력을 가진 콩나물국밥집이 여럿이다. 열심히 발품 팔아봐야 큰돈 되지 않는 소박한 서민의 음식을 가지고 꿋꿋이 한 길을 걸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분들은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에는 비빔밥뿐 아니라 콩나물국밥도 있는데 비빔밥축제만 있고 콩나물국밥축제는 없는 것이 서운하지 않느냐고도 묻는다. 축제를 만들고 지속해오는 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을텐데 축제 전문가도 아닌 음식점 업주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전주비빔밥축제가 오늘날 이렇게 자리잡은 데에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를 상징하기에 가장 적합한 음식이 비빔밥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과 문화, 예술을 아우를만한 소재로 비빔밥이 손꼽힌 것이다. 

전주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된 데에는 전주의 각 가정집들이 가지고 있는 음식 솜씨와 생활문화가 높게 평가받았다고 들어 알고 있다. 가정 밥상에서 기초해 한식 백반이, 시장 공간에서는 콩나물국밥과 콩나물비빔밥이 산업화되었다. 

올해 전주비빔밥축제 일정이 확정되었다. 2023 전주비빔밥축제는 10월 6일(금) ~ 9일(월) 전주종합경기장 내 야구장 부지에서 열린다. 여느 해와 달리 한옥마을이나 동문거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다소 아쉽지만 일부 프로그램에는 호기심이 쏠린다. 

35동 음식축제는 전주시 35개동이 선보이는 동네 맛잔치이다. 전주를 다시 세분화하여 각 가정의 음식을 좀더 가까이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식피크닉도 기대가 크다. 주최 측에서 대여해주는 도시락과 피크닉세트를 들고 한옥마을과 동문거리로 나들이와도 좋겠다. 

올해 전주비빔밥축제에서는 전주의 생활문화가 좀더 두드러지게 드러나면 싶다. 단순히 먹고 마시고 소리 큰 일탈의 장이기보다 전주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음식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유대성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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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성 #새벽메아리 #왱이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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