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1:30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 아침을 여는 시
외부기고

[새 아침을 여는 시] 장 항아리-최춘이

밑바닥으로 떨어진 몸을 가까스로 추스른다

혀의 경전을 마저 읽으며 몸을 곧추세워

그늘진 고리봉에 매달린다

 

뙤약볕에서 까칠한 옷을 벗기고 무쇠 가마솥에서

열병의 신고식을 치른 후 생의 비린내를

심방에 가두고 누각을 짓는다 뼈를 버리고

 

뼈의 눈물을 흘려 짓누름을 건디고 살 한점

떼어 직사각형을 이룬다

불은 자력에 대추 숯에 이끌리어

무수한 뿌리를 늘인다

 

질항아리 속에서 혀의 누각을 빚고 있다

 

△ 집집이 커다란 장 항아리가 있던 시절이 있다. 그 항아리마다 씨 간장을 소중하게 보관하던 시절이 있다. “무쇠 가마솥에서” “생의 비린내를” 벗어버린 콩은 메주가 되고 그렇게 만든 메주가 대추 숯과 함께 몸을 바꾸는 곳이 항아리 속이다. 메주가 하는 일은 “질 항아리 속에서 혀의 누각을 빚”는 일이어서 집집이 맛있는 간장이 발효되는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항아리 #김영 #최춘이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