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1:34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사설
오피니언

정체성·재원 모호한 ‘전주 왕의궁원 프로젝트’

전주시가 ‘왕의 궁원 프로젝트 전문가 릴레이 포럼’을 잇달아 열고 있다. 우범기 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후백제부터 조선왕조에 이르는 전주만의 역사문화 유산을 활용해 미래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발상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며 조선 왕조의 탯자리이기 때문이다.

1100년 전, 이 땅에서 견훤왕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기 위해 ‘백성과 더불어 바른 세상을 연다(與民正開)’는 구호를 내세워 후백제를 세웠다. 그리고 37년 동안 전주를 왕도로 기세 좋게 뻗어 나가다 갑자기 멸망했다. 후백제의 유물과 유적들은 호남을 비롯해 영남, 충청 등 123개소에 산재해 있다. 전주에는 동고산성, 남고산성 등 34곳에 이른다. 이후 전주는 고려 470년 동안 짓눌려 있다 조선이 개국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금 전주에는 경기전을 비롯해 오목대, 이목대, 전라감영, 풍패지관, 풍남문 등 조선시대 유물이 남아있다. 이를 보존 발굴하고 하나로 꿰어 활용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역사문화권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돼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왕의 궁원 프로젝트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첫째는 정체성이 모호하다. 우선 이름부터가 그렇다. 궁원(宮苑)은 '궁중의 정원'으로 전주에는 궁원이 없다. 있다면 후백제 궁원을 말할텐데 재개발로 손을 놓고 있다. 후백제 왕궁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러 설이 있으나 노송동 문화촌과 인봉리 일대가 비정된다. 그런데 프로젝트에는 왕의 궁을 구도심, 왕의 정원을 아중호수와 승암산, 왕의 숲을 덕진공원·건지산· 동물원 등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케이블카 사업 등 전주의 관광자원을 뭉뚱그려 넣어 놓고 이름만 왕의 궁원 프로젝트로 붙여 놓았다. 둘째는 재원이 모호하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20년 동안 1조5000억원을 들여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은 좋으나 재원 대책이 없고 막연하다. 또한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등 가시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느낌이다. 그것도 용역예산 2억원이 삭감되어 버렸다. 지금은 경주·부여·공주·익산 등이 포함된 고도(古都) 지정에 힘을 쏟는 게 급선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의 궁원 프로젝트 #정체성 #재원
전북일보 opinion@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