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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의 시대, ‘20명 교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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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아서 문제고, 또 너무 적어서 걱정이다.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초‧중‧고교의 학생 수 얘기다. 농어촌과 원도심 학교는 폐교를 걱정하고, 반대로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심은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는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불균형 현상은 학교에서도 심각하다.

20명.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원단체와 정치권에서 적정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로 제시한 인원이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사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하지만 20명이라는 구체적 숫자를 법령에 명시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세종과 서울‧ 울산‧ 강원‧ 광주교육청 등이 ‘초등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속속 밝혀 눈길을 모은다. 전북교육청에서도 ‘2023학년도 학급편성 기준’을 정하면서 초등 1학년에 한해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20명으로 낮췄다. 다만 택지개발지구 등 교실이 부족한 지역은 예외로 했다. 신도심의 과대‧과밀 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전주 에코시티의 모 초등학교는 운동장에 임시 모듈러 교실을 설치할 정도로 과밀 현상이 심각하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학년도별로 관할 학교의 학생 배치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도별로 학급당 학생 수를 달리 정하고 있고, 같은 시‧도 내에서도 농어촌과 도시, 그리고 원도심과 신도심 학교의 기준이 각각 다르다. 전주의 경우 올해 학생 배치 기준으로 정한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일반 학교 27명, 택지개발지구 28명, 원도심 학교 26명이다. 최대한 현실 여건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전주지역 75개 초등학교 중 9곳이 전교생 100명 이하의 작은학교다. 반면 7곳은 1000명이 넘는 과대‧과밀 학교로 나타났다. 이들 신도심 과밀학교에서 ‘20명 교실’은 상상조차 어렵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해서는 학급 수를 늘리거나 학교를 새로 건립해야 하고, 늘어나는 학급 수만큼의 교사 증원도 필수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 신설을 억제하고, 교사 정원마저 감축하면서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대·과밀 학교의 학생을 인근 원도심과 농어촌 작은 학교로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버스로 30~40분 거리 내의 작은 학교로 통학 수 있도록 공동통학구를 확대하고, 차량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녀 교육 문제에서는 극도로 예민해지는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얻어내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지역 간 인구 불균형, 그리고 신도심과 원도심으로 나뉘는 도시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앞서야 한다. 또 학교 간 불균형 문제를 풀어낼 새로운 방식의 해법도 찾아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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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학급당 학생 수 #불균형 #전주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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