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탁수(一魚濁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는 뜻이다. 요즘 국가 인권위 모습과 흡사하다. 상임위원 두 명이서 인권위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주인공은 윤석열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김용원 상임위원과 국민의힘 추천으로 임명된 이충상 상임위원이다. 김용원은 업무를 해태한 채 정치행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충상은 입에 담지도 못할 막말과 설화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내부대표로 국회 운영위원으로 보임되며 21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인권위를 감사했다. 역시 두 상임위원의 자질 논란과 행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야당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김용원 위원은 적방하장으로 맞섰고, 이충상 위원 역시 동문서답식 궤변을 늘어놓았다.
인권위 침해구제1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용원 위원은 소위원회를 3개월 간 열지 않은 이유를 묻자 “몇 달 늦어지는 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며 받아쳤다. 그러나 국감을 준비하며 소위가 열리지 않아 계류 중인 진정 건을 살펴보니 2백 건이 넘는 인권 침해 구제 진정이 처리되지 않고 있었고,‘해경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 등에 의한 사망사건’, ‘경찰의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미흡’ 등 제목만 봐도 매우 대수로운 일이었다.
또 다른 문제 인물이자 막말 제조기인 이충상 위원에게 “이태원 참사는 피해자들의 탓”“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발생한 참사”“5.18보다 더 귀한 참사냐”등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막말에 대해 직접 물었다. 그러자 이 위원은 “저도 인권 감수성이 있다”며 매섭게 항변했다. 또 “자신은 그렇게 발언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내일(9일) 판결이 선고된다. 승패와 관계없이 판결문을 위원님께 보내겠다”고 했다. 도통 소식이 없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요구했지만 14일인 현재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나아가 두 상임위원은 인권위원 약력을 선거에 이용하려 들고 있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연차를 내고 출마를 예정하고 있는 지역의 축제에 참석했고, 지난 추석에는 법을 어기면서까지‘명절 인사’ 현수막을 가로수에 내걸기도 했다. 이충상 위원 역시 과거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를 지원한 이력이 있다. 차관급인 인권위원 자리를 꿰차고 본인들의 정치 행보에 이용하는 셈이다. 인권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인권위는 인권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국가기관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독립기구로 설립됐다. 지난 1993년 열린 세계인권대회 요청으로 설치 논의가 시작됐고, 2001년 국민의 정부로 불리는 김대중 정부에서 탄생했다. 초대 위원장인 김창국 위원장은 인권위가 대통령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기구가 아닌 독립기구로서의 올바른 위상을 위해 청와대와도 맞섰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이라크 전쟁 파병문제에 반대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인권위는 독립적 지위에 따라 오직 국민의 인권 수호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도덕성과 윤리의식만으로 무장해야 하며 꾸준히 자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가 무자격자를 임명함으로써 인권위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인권위를 살려야 한다. 인권수호 최후 보루인 인권위마저 정치에 이용된다면 국민은 과연 누굴 믿을 수 있을까.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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