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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전주완주통합-실패원인에서 해법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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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종 전 언론인

고물가 한파에 시국까지 어지러운 판에 전주완주통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0여년 전 불발된 사안이라 뜬금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필 재점화 시기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바라보는 시각이 마뜩잖다.

식어버린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그 불이 왜 꺼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미래로 가려거든 과거로 돌아가라'는 중국 속담은 그만 두고라도, 발병 원인을 찾아야 제대로된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완주통합은 2012년 봄 거론됐다. 당시 김완주 도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 임정엽 완주군수가 전격 회동을 통해 통합을 추진키로 하고 입체적 활동에 돌입했다.

초반 분위기는 역사가 이뤄지는듯 보였다. 실제 완주군의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송 시장은 시청사를 완주에 세우겠다는 마지막 카드까지 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고, 임 군수도 행정력을 총동원해 통합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듬해 열린 투표에서 완주군민 55%가 반대표를 던져 통합이 불발되고 만 것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통합 실패 이후 언론은 정치권의 입김을 이유로 꼽았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안위를 위해 반대운동을 펼친 결과라는 것이다. 징후가 명백하니 부정하지는 않겠다.

다만 통합을 주저앉힌 것은 정치인의 사욕보다 완주군민을 바라보는 전주시민의 왜곡된 시선이 더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다. 그들은 완주군이 마치 자신들의 속국인양 통합을 당연시했다. 산업단지나 혐오시설 부지 등이 절박해 전주시가 간곡히 요구한 것인데, 명백한 을이 갑질을 한 것이다. 오만은 자연스레 주민반발로 이어졌다.

실패 이후 보여준 전주시의 치졸한 행태는 군민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 통합조건으로 내건 시내버스단일요금제를 즉각 취소하고, 통합과정에 소요된 비용을 내놓으라 윽박지른 것이다. 청혼에 응해주지 않으니 데이트 밥값을 요구한 꼴이다.

통합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면 완주군민과의 정서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대등한 관계정립을 기준점으로 잡아야 한다. 찬반 당시 쟁점이었던 혐오시설 등의 의구심 해소도 전주시의 몫이다. 통합하면 농민에게 어떤 좋은 일이 생기는지 조목조목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완주지역에 대한 강도 높은 지원책도 필요하다. 전주 북부권개발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통합하면 어차피 전주시의 자산인데 아끼고 주저할 이유가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과거처럼 '밀어부치기 식' 통합추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추진위는 최근 내년 6월에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당사자 결심이 서지 않았는데 덜컥 혼인날짜를 잡은 것이다.

게다가 통합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는 강공책까지 내놨다.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시집 안 오면 혼삿길 막겠다는 겁박에 다름아니다. 유희태 군수는 이번 통합논의로 군민이 또 갈라치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완주군민과 군수의 공감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주를 전라도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우범기 시장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울 일이다.

추진위는 통합실패의 원인을 새삼 되새기고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전주는 혼기가 꽉 찼고, 완주는 혼처가 널렸다는 것이 현실이다. “전주시가 잘해야 한다. 그래서 완주군민이 전주시민을 부러워할 때 통합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임정엽 전 군수의 진단도 되짚어 볼 일이다. 넘치는 의욕은 이해가 가나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쓸 수는 없다. 

김창종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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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완주통합 #해법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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