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청년층 타지역 이탈 심화…지역 잔류비율 53.4%, 매년 5만 명 이탈
낮은 임금 수준에 생활 여건도 타시도에 비해 메리트 없어, 이탈 가속화
전문가 "지자체가 나서 향토기업 성장 및 뿌리산업 위주 지원 확대해야"
"월세 50만 원을 내도 수도권에서 일하니까 돈이 더 잘 모여요."
올해 9월부터 경기 평택시의 태양광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 씨(27)는 자신의 월급내역을 보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폴리텍대학교 전북캠퍼스를 졸업한 김씨는 군산의 한 에너지업체에서 일하다 올해 9월부터 수도권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취업 당시엔 나고 자란 고향이자 정주여건이 갖춰진 전주에 정착하고자 했지만 임금 수준이나 복지 등 낙후된 업무 환경이 계속되자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그는 비록 월세나 식비 등 추가적인 지출이 늘었음에도 현재 평택에서의 직장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김씨는 "전주에서 일할 땐 휴일에 근무하거나 야근을 해도 수당을 챙겨주지 않는 풍토가 있었는데 현재 직장은 추가 수당이나 복지 기준이 높아 월세를 내도 오히려 돈이 남는다"며 "물론 전주에 있는 업체도 좋은 수준의 연봉과 복지 수준이 갖춰진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의향은 있지만 현재로선 이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전북의 청년 일꾼들이 고향을 떠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지방소멸 위기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지역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와 인프라 등을 좇아 수도권 등으로 이탈하는 일이 잦아들면서 심각한 지역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전북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8∼2022년) 타시도 전출인구 중 20대(20∼29세)는 25만 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8년 5만4969명, 2019년 5만4581명, 2020년 5만 7259명, 2021년 5만 7259명에서 지난해 5만2450명으로 매년 5만 명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북을 떠난 인구 중 청년층(20∼39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62%로 가장 높았고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 가운데 지역에서 취업하는 비중은 53.4%에 불과했다.
특히 도내 20대 청년층의 순이동 수(전입자에서 전출자를 뺀 수) 역시 2018년 9470명에서 지난해 7518명으로 집계됐다. 5년 사이 1952명의 청년들이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전북을 떠난 것이다.
이는 수도권에 절대 다수의 기업이 위치하고 대기업 비중도 높아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데다 집값이나 물가 등 경제적인 여건이 지방이라고 해서 크게 낫지 않다는 점 등이 더해져 청년들의 이직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경기권의 농축산물 평균 가격은 1만 1395원으로 전북(1만 3289원)보다 오히려 낮았다.
전북의 올해 월평균 임금은 327만 1052원으로 전국 평균(394만 3191원)보다 67만2139원 적었다. 전북에선 나갈 돈은 비슷한데 들어오는 돈은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는데 지자체와 도내 기업계가 협력하는 동시에 하청 및 영세중소기업 위주로 근로자 복지 지원을 우선 확대해 대규모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북연구원 산업경제부 한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전북은 다른 지방에 비해 생산보다는 소비 위주 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탓에 청년들이 메리트를 느낄 기업이 부족하다"며 "향토기업이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이들과 협력하고 채용 규모가 큰 뿌리산업 위주로 우선 지원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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