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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금요수필]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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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선

오후 하교시간이 지나면 생명과학고등학교로 산책을 나간다. 

생명 과학고등학교는 예전의 전주농림고로서 100년을 훌쩍 넘긴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농업발전에 기여한 명문학교다. 드넓은 운동장을 둘러싼 히말라야 삼목나무는 우람한 몸집으로 기나긴 세월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터주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교정으로 들어가는 길목엔 늘 푸른 나무들이 줄줄이 길 따라 양옆에 서있다. 나무마다 각기 다른 무성한 몸매로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길옆 널따랗게 펼쳐진 초록 빛깔 잔디는 납작 엎드려 스치는 바람결에 너울너울 은빛 찬란한 춤을 춘다.

학교 교정 초입에는 작고 아담한 작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길 따라 키 큰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늘을 가리고 숲을 이루었다. 나무가 뙤약 볕을 가려주니 산책길로써, 쉼터로도 안성맞춤이다.

도심 속에 나무로 우거진 작은 정원, 숲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이름 모를 새들도 쌍쌍이 모여들어 둥지를 틀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한다. 더위에, 살림살이에 지친 엄마들이 쉼터를 찾는다. 끼리끼리 벤치에 모여앉아 수다를 떨면서 맞장구로 의사가 소통되면 박장대소가 터진다.

소소한 일상의 잡다한 이야기지만,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공감대를 이루는 자연 숲 정원이 있기에 마냥 즐겁다. 육신의 건강도 소중하지만, 먼저 마음이 편해야 하루가 행복하지 않던가. 잡다한 잡념들을 모두 내려놓고 나무와 꽃과 바람이 있는 자연 속에서 마음을 추스르는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힐링이려니 싶다.

활기차게 숲 가장자리를 열 바퀴 정도 돌아도 운동장 두어 바퀴 돈 것만은 못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또 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땀이 나고 힘들다고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요즘 들어 맨발로 걷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맨발로 흙을 밟으면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너도 나도 맨발이다.

매스컴의 위력은 대단하다. 발바닥을 흙에 직접 딛으면 흙의 지력과 인간의 자력이 조화를 이루어 오장육부의 헬멧을 자극하기 때문에 맨발로 걸으면 좋다고 한다. 맨발로 걸어본 경험자 모두가 효과가 있다는 체험결과다. 하지만 자갈, 유리 조각, 세균을 조심해야지 파상풍이란 무서운 질병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새들은 한가로이 나무 위아래를 맴돌며 그들만의 멜로디로 지줄댄다. 나무 그늘 아래 숲길에는 엄마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한참을 걷다가 골프 연습장이 바라보이는 벤치에 홀로 앉았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찬물을 끼얹은 듯 시원해 땀이 가신다. 융단처럼 곱게 깔린 푸른 잔디를 바라보니 눈도, 마음도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산뜻하다.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 한 쌍이 날아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종종걸음으로 다정하게 지줄 대며 걷는다. 새들의 낙원인 잔디밭은 한가하고 평화롭다. 우리네 삶도 쩌 새들처럼 근심걱정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백일홍 꽃이 흐드러져 나무가 온통 붉은 빛깔로 범벅이다. 푸른 나무와 핑크빛 꽃과 시원한 바람에 취해 해지는 줄 모른다.

 

△양희선 수필가는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북문협, 영호남수필, 대한문학작가회, 행촌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은빛수필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은빛수필 문학상 을 수상했다. 수필집으로는 <길따라 꿈길따라>, <나무마다 향내가 다르듯>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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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양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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