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를 통해 전주가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전주는 특히 역사가 잘 보전되어 있고, 국제영화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어 문화도시로 지정되기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번에 추진되는 문화도시는 ‘대한민국 문화도시’다. ‘K-문화도시’라 이름 붙인 이 문화도시는 이전 문화도시와 달리 성과를 중시한다. 시민의 활동보다 ‘세계적인 도시로의 성장’, ‘지역 변화’, ‘문화의 거점으로 지역발전’ 등이 주요 목표다. 아마 예전보다 빡빡하게 성과를 관리할 것 같다.
역사적으로 문화도시는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문화도시는 우리나라가 아닌 유럽에서 탄생한 문화도시다. 1980년대 동서 간 냉전으로 긴박한 상태에 있던 유럽은 소련에 맞서 유럽공동체를 구성하고 NATO를 구성하고, 정치적․경제적․군사적 통합을 이룬다. 그러나 문화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서로 말이 다르고 정서가 다른 상태에서 유럽을 통합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그리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멜리나 메리쿠리’(Melina Mercouri)가 1983년 유럽 문화부 장관회의에서 매년 유럽 국가 중 한 도시를 정해 문화도시를 지정하자고 제안을 하자 만장일치로 찬성해 1985년 아테네를 첫 문화도시로 지정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유럽 문화도시다.
1999년부터 ‘유럽 문화수도’로 명칭을 바꿨지만, 유럽 문화도시의 목적은 하나다. 유럽을 통합하고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 선정된 도시는 1년간 행사를 집중해 유럽문화를 보여주고 유럽의 시민과 세계인들에게 유럽을 느끼도록 해준다. 최근 도시재생이란 새로운 목표로 붙었지만, 유럽 문화도시가 추구하는 건 동일하게 ‘통합’이다.
우리나라에서 문화도시가 추진된 건 노무현 정부 때다. 광주를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에 따라 특별법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만든다. 그리고 부산과 경주, 공주․부여, 전주 등을 ‘지역거점 문화도시’로 지정한다. 문화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주는 ‘한스타일 거점도시’로 문화도시가 되었다.
2014년 또 다른 문화도시가 탄생한다. 한․중․일 문화부 장관이 모여 유럽처럼 매년 각국 도시 중 한 곳을 문화도시로 지정하자는데 합의한 것이다. 그 결과 2014년부터 동아시아 문화도시가 탄생한다. 전주는 2023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두 번째 문화도시가 된 것이다.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른 법정 문화도시로,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이 목표다. 전주는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을 접목한 문화산업 생산기지를 조성하겠다고 사업을 제안했다. 이제 이제 1년간 예비사업을 잘하면 2025년부터 3년간 10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모쪼록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도민 의견을 잘 모으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사업목적에 맞는 성과를 냈으면 한다. 문화로 성과를 내긴 쉽지 않다. 문화라는 단어는 매력적이지만, 정책으론 쉬운 것이 아니다. 전주의 파이팅을 기대한다. 다른 어떤 도시도 해 보지 못한 세 번째 문화도시를 하기에 전주는 분명 잘하리라 기대한다.
/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문화정책)
△라도삼 위원은 서울연구원 연구기획조정본부장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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