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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희망의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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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덕 전 금융감독원 국장

늦추위 기승에 이어 봄비가 한여름 장마처럼 퍼부었다. 날이 개니 어느새 까치는 둥지로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느라 분주하다. 들녘에 스며드는 봄바람이 농촌의 선잠을 깨우고 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의 기대도 덩달아 부푼다. 

공직에 맞는 사람을 추천하고 가려 뽑는 선거는 후한(後漢) 창시자 광무제가 도입한 일종의 인재 추천제도로 나중에 과거(科擧) 제도로 진화하게 됐다. 승상이나 태수(太守)는 인재를 추천할 의무가 있었고 지망생에게는 등용문이었지만 추천자의 책임도 컸다. 단순한 연고로 적당히 추천할 수는 없고 명성이 높고 청렴한 인재를 가려 뽑아 추천했다. 이 제도가 문란해지면서 광무제의 이상주의 정치도 빛이 바랬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는 정당들의 국회의원 공천관리(심사)위원회의 책무와 다를 바 없다. 낙점의 주체가 군주에서 국민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공천을 심할 때 전문성, 예의, 정의, 청렴을 갖춰야 한다. 그중 가장 필수적인 덕목은 도덕적 결함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예의염치(禮義廉恥)'이어야 할 것이다. 공자는 '정치(政)는 바르게(正) 하는 것'이라 해서 ‘政之正也’라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각 당의 공천위원회가 금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첫째 정(定). 당의 실권자와 교감을 갖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미리 정해 놓고 심사하는 행태로 공당을 사당화하는 첫걸음이다.

다음은 정(情). 학연 지연 혈연 같은 연고나 친소 정도를 따져서 걸러내는 이기주의 작태로 집단 나라를 병들게 하는 독버섯이다. 

셋째로 정(征). 정당 내부나 다른 당의 정치세력을 견제하거나 굴복시키려고 표적 공천하는 것도 하책이다. 정치란 상대를 굴복시켜 'KO승'을 하면 파국이 오기 마련이다.

넷째는 정(呈). 금품이나 편익을 제공하고 거래하려는 파렴치한 후보자를 옹호해서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정(整). 심사하는 원칙이 합리적으로 정리가 돼 있어야 한다. 다선 의원에게 적용한 과도한 감점 기준은 납득이 안 간다. 초선의원의 열기와 재선 삼선의 경험 그리고 4선 이상 원로의 경륜이 어우러진 조화가 긴요하다.

정치지도자들이 관중(管仲)을 본받을 때가 됐다. 관중은 죽마고우 포숙아의 추천으로 제나라 환공의 재상이 되어 주군을 춘추시대 최고의 패자(覇者)로 이끈 인물이다. 제 차지가 될 재상 자리를 관중에게 양보한 포숙아나 적의 편에 가담해 자기에게 화살을 쏜 관중을 대범하게 받아들인 환공이 없었더라면 관중의 실용주의 부국강병책과 인재를 발굴하는 안목도 무용지물이 됐을 것이다. 

환공과 관중의 눈으로 보면 이번 공천에는 납득이 안가는 사례가 허다하다. 정치의 가치도 정치인의 신의도 유권자의 선택권도 헌신짝 신세다.   

정치나 선거 문화의 개선도 결국은 투표하는 국민의 몫이다. 어둡던 시절 ‘통일주체 국민회의’를 통해 간선제로 군부 항명을 용인해 준 것도 모두가 국민이 투표로 결정한 일이 아니었던가? 아직도 그런 투표라면 어쩌겠는가? 찍어 주고 후회하는 일은 물론이고 정당이나 정치인의 잘못에 기인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에 되돌아오는 사례가 예삿일이 됐다.  투표라도 제대로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유권자가 깨우쳐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희망의 싹이라도 보고싶다.

/정상덕(낙향농부, 전 금융감독원 국장)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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